본문 바로가기

ScraPaste

<책의 등> 고영민





책꽂이에 책들이 꽂혀있다 

빽빽이 등을 보인 채 돌아서 있다 
등뼈가 보인다


등을 보여주는 것은 
읽을거리가 있다 
아버지가 그랬고 
어머니가 그랬다 
절교를 선언하고 뛰어가던 
애인이, 
한 시대와 역사가 그랬다


등을 보이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잠깐 다른 곳을 보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는 네가 
부끄러울까봐 
멋쩍게 돌아서주는 것이다









'ScraPas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하는 사진들  (0) 2013.06.17
화라지송침  (0) 2013.06.12
<다시 시작하는 천년의 동행, 숭례문> 김정기  (0) 2013.05.10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0) 2013.05.07
<Goldfish Salvation> Riusuke Fukahori  (0) 2013.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