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것은 녀석살림뿐이다. 오늘은 와이프가 장난감 청진기세트를 사준 모양이다.
여느 부모마냥,
나역시 이제 겨우 세살박이 꼬마녀석에게 벌써부터 거는 기대치가 없다면 거짓말일테다.
툭 까놓고 훌륭한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장 속물스러운 나의 바램은 그렇다.
그러나, 벤즈타고 출근해서 하얀가운을 걸치고는 챠트나 훓어보는 그런 모습을 꼭 바라는것은 아니다.
아프리카 어느 오지의 어린이들 썩은 고름을 짜내는 모습도 꼭 나쁘지만은 않아서다.
의사로써 자연스레 따라올 안정된 삶 자체만을 꼭 내 아이에게 바라는것이 아니다.
살아보니, 그만큼이나 숭고하고 고귀한 일을 천직으로 삼을만한 것이,
이 세상엔 너무나 희소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우연히 가족과의 식사자리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밀양 출신 우리 어머니께서 대뜸 하시는 말씀이,
"의사? 그거 지만 뭉딩이같이 고생하고, 지 마누라만 호강시키는기라."
너무나도 간단 명료한 이치다. 군더덕이 하나없다.
그럴듯한 억지명분으로 자식욕심이나 커버하려는 내 속내를,
의사도 아닌 우리 어무이가 청진기 하나 없이 꿰뚷어 보고 계신다.
나 역시 부모가 되어보니 알겠다. 자식은 언제까지나 부모 손바닥위에서 발버둥치는 꼴만된다.
멋적은 나도 웃고, 와이프도 웃고, 당췌 뭔소리인 알리 없는 요녀석까지 까르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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