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ges 썸네일형 리스트형 충남도지사 안희정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유시민마저 정계를 떠나면서, 자연스레 뉴스와 좀 거리를 두고 살다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눈에 띄는 사람 하나가 생겼다. 여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충남에서 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안희정이다. 호들갑 떨기 좋아하는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강력한 대권후보 박원순의 예정된 런닝메이트로 일찌감치 점찍고 있다. 과거 송창식의 가 반말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던 어이없던 시절, 고등학생 주제에 불온서적 읽다가 퇴학 당하고, 겨우 검정고시로 고려대 들어가서는 또 데모해서 감빵 가고, 후에는 참여정부 시절 불법 자금건 때문에 노무현의 하수인으로 기꺼이 독박을 쓰고 또 감옥살이를 하고 나왔다. 요즘 한국의 대세 키워드가 '의리'인데, 이 양반의 의리와 과거 5공 청문회 .. 더보기 <선의(善意)> 박경철 저는 우여곡절 끝에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한 환자가 있죠. 40대 초반의 여자였는데 위암이었죠. 하지만 이게 전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어요. CT가 그때만 해도 3cm 단위로 잘라져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암이 작으면 잘 보이지 않죠. 일단 보고를 드려야 했죠. 아침에 주임과장에게 이런 환자가 있었고 전이가 확인이 안됩니다 하고 보고를 드렸더니 배를 먼저 열어보고 전이가 되어있으면 닫고, 안 되어 있으면 수술을 하라고 하더군요. 근데 환자 보호자에게 동의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이런걸 환자에게 이야기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가족과 보호자를 이야기해봤더니 남편은 죽었고, 시댁식구들은 연락이 끊어졌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어 본인에게 직접 말씀을.. 더보기 첫걸음 첫말 새해가 훌쩍 반이나 지나가는 동안 전혀 블로그에 신경을 안쓰고 있었다. 내 게으름보단 마음이 피폐해진 탓이라 변명해 본다. 그동안 미루었던 이야기들은 차차 채우기로 하고. 우리 지호는 여느 아기들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걸음이 다소 늦었던 녀석이 한돌이 한참이나 지나 첫 걸음을 띠던 날, 엄마는 알 수 없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내겐 그리 보였다. 이제 제법 엄마 아빠는 곧잘 한다. 혼자서 말 연습을 하시는지 요즘 허공에 대다 염불을 외우시기도 하신단다. 형과는 달리 순한 구석이란 찾기 어렵고, 뭐든 제 뜻대로 안되면 사정없이 울어재끼시는건 기본에다, 가끔 날 빵 터지게 하는 4차원 똘끼에 청개구리 근성까지, 마냥 겁 없고 호기심만 가득한 눈동자가 미운 두살의 전형적인 패턴을 밟기 시작했.. 더보기 어머니의 필사(筆寫) 내가 좋아하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 이미 중학교때 김승옥의 단편 에 심취하여 그 책을 여러번 직접 필사했노라고 최근 어느 방송에서 밝혔다. 역시나 비범한 사람이구나 속으로 감탄하며, 잠시만 한눈 팔면 또 다시 책과 멀어지려는 내 자신을 타이르며, 부끄러워해야 했다. 또한 나는 예전부터 어머니께서 무슨 기도 제목이 있으시거나 말 못할 가슴 앓이를 하실테면 무작정 성경을 펴시고는 싸구려 낡은 공책에 한줄 두줄 말씀들을 옮겨 적으시는 일을 종종 목격해 왔었다. 무심했던 나는 그때는 그저 그러시려니 그 일을 크게 마음에 두지 못했었다. 어머니께서는 그러는 동안 봄이 여러번이나 오고 가을이 저물며, 낡은 공책들도 하나 둘 쌓여가 어느새 수십여권에 이르렀다 하셨다. 설마했던 일이, 결국 어머니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 더보기 겨울휴가 더보기 갑오(甲午)년 새해 2014년은 갑오(甲午)년이다. 갑(甲)은 명리학에서 갑목(甲木)을 뜻한다. 갑목은 초목의 씨가 땅속에 들어가 뿌리를 내리고 발아해 껍데기를 쓰고 땅 밖으로 나오는 모양으로 새로운 일이 시작되는 개벽을 의미한다. 갑목은 나무로 말하면 대들보감에 해당되는 거목을 상징한다. 갑오를 위아래로 쓰면 위는 거대한 나무(甲)의 기운이고 아래에 있는 오(午)는 불(火)의 기운을 나타낸다. 즉, 나무가 뿌리 부분의 열기가 강하여 가뭄으로 말라 죽는 형상이므로 죽은 나무, 사목(死木)이다. 이런 나무는 건축용이나 땔감으로 쓰게 되는데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 김재원 주역 더보기 2013年 너머 내 다정한 안부를 전해요 둘이 듣는 혼잣말처럼, 한 번도 들린 적 없는 속삭임처럼 여기는 지구의 첫 별이 뜨는 곳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모서리를 접는 곳 이상하게 부풀었다가 기쁘게 사라지는 곳 그러니 잊어도 좋아요 구름을 구획하는 바람이 우리를 거둘 때까지 둥글게 둥글게 여행을 떠나요 기억할 필요 없어요 뚫린 천장 위로 날아간 새가 자신의 곡선을 기억하지 않듯이 처음 태어난 지도를 따라 단종될 말들의 사막을 건너가요 모래의 책을 건널 때마다 넓어서 캄캄할 때마다 검은 구름이 달려왔다 나는 절망을 절정으로 바꿔 적기 시작했다 내가 건넌 것은 구름의 푸른 웅덩이 내가 지나가야 할 곳은 푸른 웅덩이 속 검은 구름 나는 어제보다 느려졌고 나는 내일보다 조금 길다 그래서 모르는 것이 슬프거나 아는 것이 부끄럽.. 더보기 Thanksgiving Thanksgiving comes but once a year But when it comes it brings good cheer For in my storehouse on this day Are piles of good things hid away Each day I've worked from early morn To gather acorns, nuts, and corn, Till now I've plenty and to spare Without a worry or a care So light of heart the whole day long I'll sing a glad Thanksgiving song 더보기 Aquarium of the Pacific @ Long Beach 더보기 <너와집 한 채> 김명인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 바다 온통 단풍 불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가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살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붙는 몸으로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 넣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는 황토 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 더보기 이전 1 2 3 4 5 ··· 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