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ons
어머니
앤드류아빠
2009. 12. 15. 09:19
우리 어머니 환갑 잔치를 친지분들 모시고 집에서 조촐하게 했다.
잔치는 잘 마무리 되였지만, 뒤늦게 식구들끼리 남은 자리에서 어머니 표정이 어두우시다. 어려서부터 내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항상 밝고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시는 분이신데, 예순이라는 세월의 감정에 북받치셨는지, 내 동생같지 않게 다정다감하고 살갑지 못한 장남인 내게 서운함이 많이 쌓여 있으셨던 모양이다. 며느리 노릇 잘하는 착한 와이프 덕택에 집안의 경일이며 지나칠만한 소사까지 일일히 도맡아 알아서 해주다 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카드 하나 직접 써드린 것이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한게 사실이다.
친지들 앞에서, 아버지가 눈시울을 적시며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편지를 읽어내려 가시는 모습에 자못 준비가 부족해던 내 마음이 내심 뜨끔했다. 낳실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 노래라도 하나 해야되지 않을까 잠시 고민도 해보았지만, 목이 곧은 나는 사진이나 찍고 손님들 챙긴다는 핑계로 금방 생각을 지웠다.
생각해보니 우리 어머니 몸고생 마음고생 많이도 하시면서 좀처럼 식구들 앞에서 아픈모습 보이시지 않으신 분이다. 강하셔서가 아니라, 강해 보이시려 무단히도 노력하신게다. 갑작스레 서운함을 내색하시는 다소 어색한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태연한척 당황함을 숨겼지만, 모두가 돌아가고 나서야 어제밤 내내 가슴이 무거웠다. 어머니는 북적거리는 잔칫상보다 진심어린 편지 한장 아들에게 받아보고 싶으셨던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참으로 못난 놈이다.
죄송하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지가 않다. 마치 돌이킬 수 없는 끝처럼 느끼시게 될까봐. 이제부터 잘하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지가 않다. 마치 남에게 말하듯 멀게 느끼시게 될까봐. 왠지 말 한마디로 풀 수 없는 묵은 세월의 상처, 한겹 두겹 두고두고 어루만져 드릴게다. 그래도 감사하다는 말씀은 드려야겠다. 인고의 세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셔서, 우리 가족의 보이지 않는 또하나의 어른이 되어주셔서, 아름답고 곱게 할머니가 되어가 주셔서.
지금이라도 아들 노릇 시작하기에 우리 어머니 아직 너무나 젊으시다. 어머니는 그래서 언제나 어머니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