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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Books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한국을 떠나오기 전, 서둘러 미리 찜해놓았던 책들을 모조리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정확히 총 몇권인지도 모른체, 다음날 현관문에 택배가 다녀간듯한 큰 박스상자 2개를 보고서야 조금 기겁했다. 이걸 다 어떻게 미국에 들고갈지 걱정스러우면서도,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아이마냥 그리 좋을수가 없었다. 일단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슬슬 졸면서 보려고 한 권을 집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절대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아니었다. 지식인이자 정치인 유시민의 단연 베스트셀러로 초판이 1988년에 인쇄된 무려 20년이나 넘은 고전이며, 여전히 매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올해 2011년 한해에만 21쇄가 발행되었다고 책 표지 넘겨 첫장에 버젓이 새겨있다. 책의 구성이 대부분 발췌와 인용들을 요약한 것이라고 저자 스스.. 더보기
Raven - Gerald McDermott 소파에 아무렇게나 내팽겨처져 있는 녀석의 책을 집어들었다. 아직은 무엇하나 제자리에 가져다놓지 못하는 어린아이에 불과할 뿐이다. 녀석이 아직 엄마 뱃속에 있을때 아빠라는 사람이 귀찮은 마음 겨우 참아내며 을 한장씩 읽어준 일 이외에는, 매일 잠들기 전 한두권의 책을 읽어주는 것은 여지껏 와이프의 몫이라, 밤마다 건넛방 너머로 익숙하게 들려오는 엄마의 책 읽어주는 소리가 녀석에게, 그리고 어느새 내게도, 긴 하루를 마치는 자장가처럼 편안하다. 중간중간 어렴풋이 녀석이 무언가를 엄마에게 물어보는 소리도 들리고, 엄마를 따라 떠듬떠듬 같이 읽어보는 소리도 들려온다. 태초에 모든것이 암흙처럼 어둡기만 했던 시절, 세상을 가엾이 여긴 까마귀 한마리가 먼 바다 너머 흐릿한 불빛 하나를 찾고서는 쫓아 날아갔더니, 그.. 더보기
Fall of Giants - Ken Follett 만약 죽기전에 읽어야 할 100권의 책을 선정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몇해 전 접했던 를 무조건 그 중 한권으로 꼽을 것이다. 그 한 작품만으로 나는 단숨에 'Ken Follett' 의 열혈팬이 되었고 이후 그의 작품들을 모조리 사다가 읽었던 바, 그의 최신작 역시 출고되자마자 주문해 놓은 것을, 무려 10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조금 주눅이 들어 최근까지 시작 못하고 머뭇거리며, 조금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만을 기다렸다. He was not an aficionado of wine, but he loved the cellar because it reminded him of his father. "A wine cellar requires order, forethought, and good taste,.. 더보기
The Quants : Scott Patterson "We have involved ouselves in a colossal muddle, having blundered in the control of a delicate machine, the working of which we do not understand. The result is that our possibilities of wealth may run to waste for a time, perhaps for a long time." - John Maynard Keynes, "Beware of geeks bearing formulas." - Warren Buffett 얼마 전, 명실 공히 세계 최대 투자 은행으로 손꼽히는 Goldman Sachs사가, 미국 증권 거래소(SEC)와 연방 검찰로부터 .. 더보기
무소유 : 법정 스님 2월 15일 설을 쇠고 스님을 뵈러 상경하는 길, 차 뒷좌석 매화가지 한아름이 4년 전 그날로 인도했다. 스님이 섬진강으로 오라 했다. 정갈하고 소박한 방에서 스님은 매화를 띄워 차를 우려주셨다. 깊고 맑은 향기에 온 정신이 취해 그만 꽃마저 마셔버렸다. 스님이 "뱃속에 꽃폈다"고 웃었다. 한참을 따라 웃었다. 생사가 여일한 모습으로 바위와 바람과 별과 이야기하시고 눈길을 나누시던 스님의 참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이 오직 순수한 생명 그 자체일 수 있도록 스님은 바라보고 대화하고 사랑하셨다. 병원의 공기는 탁했다. 서울이라는 곳은 숨막히는 듯한 시간과 사람과 일들이 오갔다. 스님의 창가에 매화 화병을 작게 만들었다. 아주 작은 딱 한가지로. 좋았다. 아직 피지 않은 매화 봉우리가 더.. 더보기
The Historian : Elizabeth Kostova "History has taught us that the nature of man is evil, sublimely so. Good is not perfectible, but evil is. Why should you not use your great mind in service of what is perfectible? ... There is no purity like the purity of the sufferings of history. You will have what every historian wants: history will be reality to you. We will wash our minds clean with blood." - Chapter 73 독서가 주는 여러가지 즐거움 중에 .. 더보기
좋은 이별 : 김형경 '아름다움이 언제나 유한성을 전제로 하듯이, 상실한 것은 늘 더 미화되고 이상화된다. 잃은 대상에 분노가 투사되면 상대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과 반대로 잃은 대상에게 나르시시즘이 투사되면 대상을 미화하거나 이상화하게 된다. 슬퍼할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상실감을 보상받고자 하는 의도이다.' - 2장 '놓친 열차는 아름답다' '월드컵 기간에 붉은 악마 물결을 보면서 우려의 마음을 표하는 외국인들 얘기를 몇 차례 전해 들은 일이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염려를 표했던 이들이 일본인과 독일인이었던 점도 특별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붉은 악마 물결을 파시즘이라 했다. ...(중략)... 2002년 월드컵 때 우리가 승리에 도취되어 그토록 자축의 잔치를 벌인 것은 나르시시즘이고, 그것이 과잉되어 표출된 것.. 더보기
Blink : Malcolm Gladwell "My father will sit down and give you theories to explain why he does this or that," the son of the billionaire investor George Soros has said. "But I remember seeing it as a kid and thinking, at least half of this is bull. I mean, I know the reason he changes his position on the market or whatever is because his back starts killing him. He literally goes into a spasm, and it's this early warnin.. 더보기
Night Over Water : Ken Follett "I feel like a character in a motion picture, acting out a scenario that was written by someone else. I've been manipulated for years, and I resent it. I'm not even sure I want to win this fight, now that I know how I was set up." He nodded understandingly. "What would you like to do?" The answer came to her as soon as he asked the question. "I'd like to write my own script, that's what I'd like.. 더보기
三南에 내리는 눈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즐거운 편지' by 황동규, 中 (1961) 새해 몇가지 다짐한 일 가운데 독서 52권이라는 다소 벅찬 목표를 세웠는데, 첫 단추를 잘 꿰겠다고 어렵사리 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