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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Books

The Historian : Elizabeth Kostova




"History has taught us that the nature of man is evil, sublimely so. Good is not perfectible, but evil is. Why should you not use your great mind in service of what is perfectible? ... There is no purity like the purity of the sufferings of history. You will have what every historian wants: history will be reality to you. We will wash our minds clean with blood."

- Chapter 73



독서가 주는 여러가지 즐거움 중에 하나라면, 별 마음 없이 손가는데로 집어든 책이 때로 기대치 못하게 선사하는 뜻밖의 지적 유희다. 장르도 소재도 모른체 시작하는 한 권의 긴 여정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조금 과장해서 성경책만큼 두껍던 이 책을 처음 잡았던 묵직한 느낌, 유별나게 장편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제대로인듯 손에 감기었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고백건데, Dracula 소설인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취향상 아마 시작하지 않았을 책이다. 그렇게 선입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슬로베니아 공화국 (옛 유고슬라비아) 태생의 작가는 대학교수였던 아버지에게로부터, 전설처럼 내려오는 15세기 중세 유럽 Wallachia (옛 루마니아)를 지배했던 희대의 살인마, 악명의 왕 Vlad Ţepeş (Vlad III), 그리고 실제 모델인 그를 바탕으로 Bram Stoker의 소설를 통해 가공된 불멸의 흡혈귀 Dracula에 관한 옛 이야기들에 여자아이임에도 어려서부터 흠뻑 빠져 자랐다. Vlad III 과 Dracula 는 과연 동일 인물인가에 관한 의문점과 진실을 찾고자했던 그녀의 영감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예일대 졸업 이후, 방대함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그리고 간혹 너무나 희귀한, 고전들과 사료의 연구, 사적지 탐방으로 무려 10년이란 세월을 소비하며 결국 그녀가 아는 Dracula의 모든 것을 한권의 책으로 완성하게 된다. Dan Brown의 Da Vinci Code처럼, 실존 역사와 서스펜스물의 절묘한 조합으로 완성된 소설이란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던 세계 유수의 출판사들은 너나없이 이 신인작가의 처녀작에 큰 베팅을 하고 되고, 그녀는 유례없는 계약금과 함께 세계의 주시를 받으며 등단하게 된다.

명성의 고고학자들과 그의 후손들이 주인공이 되어 유럽 중세의 감추어진 역사의 비밀을 밝혀간다. 저마다 명분을 가졌던 세력들의 대립과 그 혼란스러웠던 전쟁들의 기록속에서 절대적인 선과 악의 경계선은 너무나 희미했다. Dracula는 영웅인가 악마인가. 알려지지 않은 공산권의 정사와 야사, 심지여 오늘날 사라져 버리는, 퇴세한 몇몇 지방에서나 겨우 구전으로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전설같은 동요들이 엮이며, 끝까지 긴장감이 느슨해지지 않은 한편의 에픽을 완독했다. 세계사에 관한 나의 무지함이 크게 아쉬웠고, 아는만큼 더 즐길 수 있었던 책이 아니었을까 통감한다.

이미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중이라는데, 원작만한 영화가 없다는 불변의 진리에 늘 보고나서 욕하고 후회되도, 이번에도 역시나 아마 관람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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