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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업(業) 이번 여름은 참 무던히도 덥다. 작년만 해도 물이라면 잔뜩 겁많던 녀석이 어느덧 이젠 해질녘까지 수영장 밖을 나올 생각조차 안한다. 이래저래 아이들은 절로 큰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하나 틀린것이 없다. 온갖 걱정 사서 하면서도 하나라도 더 좋은거 해주려는게 부모의 업(業)이고, 밤낮으로 '아빠 엄마가 니 나이때는 뭐가 어쨌는데' 부질없는 잔소리에 시달리는 건 자식의 업(業)이고. 100도가 넘는 날씨에도 인근에 있던 호텔 수영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미국이 왜 풍요로운 나라인지는 한 여름날 가까운 수영장을 가보면 곧 알게 된다. 어른들에 치이고 아이들에 치이고, 수영인지 목욕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인산인해의 물놀이에도 그저 즐겁기만 했던 내 어린날에 비하자면, 녀석은 지금 아마 천국 옆동네 쯤에서 물놀이 중.. 더보기
Solvang Memorial Day Weekend를 Solvang에서 보내게 되었다. 마침 아끼는 후배 녀석 커플도 짬을 내어 LA로 내려와 동행하니 3시간 넘는 드라이브도 덜 지루하였고, 무엇보다 앤드류가 저를 엄청 이뻐해주는 태권도 삼촌을 오랜만에 보게되서인지 출발 전부터 잔뜩 신나있었다. 100여년 전 덴마크에서 이주한 몇몇이 당시로도 헐값에 거저 사다시피한 불모지에 삼삼오오 모여 마을을 짓고 개간하였더니 어느덧 남가주의 명소가 되어있었단다. 이국적인 풍경과 더불어 시선이 가는 곳곳마다 그들 역사의 흔적도 함께 새겨져 있었다. 마을만큼 연로해 보이는 말 두필이 이끄는 마차에 몸을 싣고 큰 삼거리를 거닐 때나, 머리에 맞지도 않는 빨간 헬멧 뒤집어쓴 앤드류를 앞에 태우고 'Surrey Bike' 페달을 같이들 밟..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