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이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이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더보기
2012 Countdown 2012년이 온 것이 이제 다섯살난 녀석에게는 뭐가 그리 즐거운걸까. 기껏 어제와 별다를것 없는 하루인데. 막 샴페인 한병을 따면 펑하고 나는 청량한 기포소리, 금새 거품처럼 사라지고마는 찬란한 허상인데. 매번 알고도 속아준다. 무작정 사람을 들뜨게하는 새로운 출발점의 그 마력(魔力)을 차마 외면치 못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해 후회할 겨를도 없이, 다시 한해라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조금 과장된 환호성을 부르짓는 일도. 하얀 새 도화지를 받아낸 어린아이처럼, 그저 안도의 한숨을 애써 숨기려는 연약한 몸부림도. 궁색한 새해의 의미를 찾을바엔, 차라리 마음 편히 감사하는건 어떨까. 다행히 아직 내게, 남은 날이 조금 더 남았음을. 사랑하지 못한 것을, 혹은 더 사랑하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용서받으며.. 더보기
찰나를 담아 불변을 바래본다 Du fehist mir. 독일어로 '보고싶다'라는 말은, 직역하자면 '너에게 내가 없다' I miss you. 영어로 '보고싶다'라는 말은, 직역하자면 '나에게 니가 없다' "아빠, why is 이모 wearing that pretty dress?"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던 녀석이 의아한듯 물어오는 것이 괜시리 미소를 머금게 한다. "Because it is the prettiest day of her life." “Photography takes an instant out of time, altering life by holding it still.” - Dorothea Lange (1895-1965) 동생 내외의 야외촬영 사진들을 찬찬히 바라보던 아내는, 그들이 마치 화보같다며 부러움을 숨기지 않았.. 더보기
9月 - 이외수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더보기
BeyBlade 요즘 미국에서 아이들 사이에 요놈이 아주 난리도 아니다. 집집마다 이거 하나 없는 아이가 없고, 장난감이 아주 동이 난다라는 표현이 사실임을 매장에서 처음 목격하기도 했다. 우리 어렸을 적으로 치면 딱 팽이인데 요것을 현대식으로 아주 편리하게 변형시킨 상품이라 보면 된다. 솔직히 이 나이에도 어린 날의 향수에 젖어 한두번 하다보면 어른들도 꽤 재미있다는 부끄러운 고백도 해야겠다. 우리 어렸을 적 종류별로 팽이 모으던 것과도 별반 다를 것 없이 요것들도 아주 시리즈로 다 모을려다 보면 그것 또한 만만치가 않다. 그간 주위에서 선물 받아 모은 (그중에는 미국에서는 구할 수 없어 ebay에서 프리미엄까지 얹혀서 거래되는 한국으로부터 공수된 모델들도 우창 커플 덕에 상당히 많이 있다.) 팽이 컬렉션을 바닥에 쭉..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