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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일곱살 앤드류 여러 해 전부터 종종 찾아왔던 놀이공원이었지만, 지난 달 처음으로 둘째까지 데리고 왔던 Legoland 정문 매표소 옆에는 언제 지었는지 모를, 그 전에 보지 못했던 형형색색의 건물 하나가 눈에 띄게 세워져 있었고, 오픈한지 불과 얼마 안된 새로운 레고 호텔이라는 말에 앤드류는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었다. 다음에 꼭 가보고 싶다던 그 어린아이 푸념까지도 와이프는 흘려 듣지 않고 새겨 두었다가, 녀석이 마침 일곱살이 되는 생일날에 맞춰 미리 방을 예약해 두었었다. 6월의 하늘은 아이처럼 해맑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방학 기간이라 내심 염려했던 바와 달리 호텔은 평일이어서인지 아침부터 제법 한산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테마별로 나누어 온갖 장식으로 화사하게 치장된 방 안이며, 곳곳마다 레고로 꾸며진 호텔 .. 더보기
Christmas Morning 이른 아침부터 녀석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보나마나 선물 풀어보자고 보채는건데 오죽이나 오늘을 기달려왔을까 녀석 심정을 헤아리듯 곤한 몸을 일으켰다. 저 역시 아직 잠에서 덜 깬 졸린 눈을 애써 비벼가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제 선물 보따리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내뱉던 마냥 행복한 크리스마스 웃음소리. 예수님 생일에 왜 선물은 자기가 받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 산타 할아버지는 대체 언제 일일히 자기가 원했었던 장난감들을 하나같이 다 기억하고 갖다 놓았는지 녀석은 굳이 묻지도, 의심도 않는다. 나는 그런 녀석이 오래오래 부질없는 근심걱정 없어도 되는 그냥 어린아이로 내 곁에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램만을 할 뿐이다. 자기는 왜 동생이 없냐며 평상시 투덜거리던 녀석이 오늘은 그것도 다 싫단다. "Why,.. 더보기
Valentine Lady (못 받은 생일 꽃은 여기를 클릭하시라.) 일단 생일은 감축하마. 하필이면 가게 대목인 Valentine's Day 에 태어난건 누구 탓을 할 수 없는 너의 팔자인 거다. 거기에 생전 안 겪던 치통까지 참아내며 정신 없이 바빴던 하루를 끝내고 나서야 겨우 생일밥이나 좀 먹어볼까 다녔어도 가는 레스토랑마다 붐비는 커플들로 자리가 없어 결국 동네 중국집에서 한끼 저녁을 때운 일도 누굴 원망치 마라. 생일 축하 와인이라도 한 잔 하려 했건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서 샀던 그 볼품없던 케익 촛불 불기가 무섭게 곤함을 못 이기어 침대에 쓰러져 하루를 맺은 것도, 다 너의 운명인거다. 푸르렀던 보름달도 네 생일임을 이미 잊은 듯, 여느날과 다를 것 없는 그저 평온한 밤을 주었다. 나는 내 애마 Fujita S.. 더보기
이제 미운 4살이구나! "Happy 4th Birthday~ Andrew!" 아들, 너에게 고백할 것이 하나 있다. 아빠는 어려서부터 어지간히 일기나 카드 쓰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었는데, 뒤늦게 철들어 요즘은 가끔이나마 하루를 돌아보는 블로깅을 하거나, 혹은 낯뜨거워 직접 전하는 못하는 말들을 간간히 이곳에 남기는 가장 큰 이유가, 누구보다도 네가 훗날 자라서 이 글들을 읽어보아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자아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생성되고 자기 의사가 뚜렷해져 쉬이 반항하기 시작하는 꼬마들을 미운 7살이라 하고, 행동이 과격해지고 급작스레 언어 감각이 발달하여 시끌러울 정도로 꼬치꼬치 말이 늘어나는 시기를 빗대어 미운 4살이라 한단다. 너는 태어나서부터 집에서 계속 한국말만 가르치려 부단히 노력했었는데, 그런.. 더보기
Birthday Party 사실 내달이 되야 녀석 생일인데, 곧 학년이 바뀌고 같은 반 꼬마 친구들과는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 조금 앞당겨서 파티를 했다. 그렇고 보니, 가족 이외의 자기 친구들과의 생일은 이번이 처음인듯 싶다. 마치 알고 있었는지, 4자 모양의 큰 풍선을 보자마자 자기도 이제 네살이라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자랑하는라 바쁘다. 기독교 학교라서 매일 아침 수업 전 강당에서 간단한 예배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선생님 손에 이끌리어 교단 앞으로 나온 녀석을 위해, 100명 남짓 전교생 꼬맹이들이 "Happy Birthday! Andrew!" 하며 생일 축하 노래를 합창 할 때는, 여느 아빠처럼 핑한 감동 한 방울도 잠시 찔끔거렸던 것 같다. 아이들이 다 모여 예배를 드리는 동안, 와이프는 케익이며 풍선이며 탁상보며 하물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