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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두번째 선물 "A mother's love for her child is like nothing else in the world. It knows no law, no pity. It dares all things and crushes down remorselessly all that stands in its path." - Agatha Christie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아내는 둘째를 가졌다는 말을 넌지시 건네왔다. 애써 덤덤한 척은 했지만 흔들리던 아내의 목소리에서 또 다시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의 숭고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물끄러미 그 얼굴을 바라보다 진정 아내가 기쁘게 바라던 임신이었음을 확인하고서야 이내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무리 시대가 시대더라도 일단 조금은 노산(老産)이라 먼저 아내의 건강이 염려되기도 .. 더보기
Christmas Morning 이른 아침부터 녀석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보나마나 선물 풀어보자고 보채는건데 오죽이나 오늘을 기달려왔을까 녀석 심정을 헤아리듯 곤한 몸을 일으켰다. 저 역시 아직 잠에서 덜 깬 졸린 눈을 애써 비벼가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제 선물 보따리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내뱉던 마냥 행복한 크리스마스 웃음소리. 예수님 생일에 왜 선물은 자기가 받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나이. 산타 할아버지는 대체 언제 일일히 자기가 원했었던 장난감들을 하나같이 다 기억하고 갖다 놓았는지 녀석은 굳이 묻지도, 의심도 않는다. 나는 그런 녀석이 오래오래 부질없는 근심걱정 없어도 되는 그냥 어린아이로 내 곁에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램만을 할 뿐이다. 자기는 왜 동생이 없냐며 평상시 투덜거리던 녀석이 오늘은 그것도 다 싫단다. "Why,.. 더보기
Christmas Present 늦은밤 녀석이 잠이 들자 부랴부랴 미리 숨겨 놓았던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꺼내어 포장을 하기로 했다. 이쁘게 포장해서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놓아두면 이른 아침에 녀석이 일어나 지난밤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갔다며 어쩔줄을 모른체 놀란 웃음 환하게 지을 상상을 하니 이내 잠시나마 귀찮았던 생각마저 사라졌다. 생전에 제대로 선물 하나 포장해 본 일이 드문 나는 무작정 곁눈질로 아내를 따라 서툰 가위질을 흉내내기에 급급했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내 솜씨에도 아내는 별 말이 없다. 마음이 더 중요한 거니까 괜찮아라며 속으로 말해주는 것이 어찌 내게까지 들려오는 듯 했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열살이 체 되기전에 산타가 허구임을 알게 되어버린다는데, 유난히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녀석에게 이제 그 설레임이 몇번 안 남.. 더보기
Christmastime is here 오늘 저녁이었던가 크리스마스 트리 만든다고 지난주부터 약속한 것을 잠시 깜박했는데, 녀석은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리 온 모양이다. 내내 퇴근하는 나만 기달렸다는 말에 순간 피식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가 뭐가 그리 즐거운걸까. 사실 미국에서 20년 살았으면 크리스마스 정도는 진짜 생목을 써줘야 하는데, 매번 같은 푸념를 하며 어느새 작년에도 잘 쓰고 차고에 고이 모셔두었던 3분완성 초간단 조립식 플라스틱 나무를 꺼내왔다. 아마 내가 물건사고 후회 안한 극히 몇 안되는 물건. 초겨울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금새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이 켜지고 녀석은 엄마와 즐겨운 방울달기 놀이에 몰입한다. 키가 닿지도 않으면서 기어이 마지막에 황금별은 자기 차지라고 덤벼들더니, 이내 트리가 완성되자마자 사방을 뛰어다니며 불을 .. 더보기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한국을 떠나오기 전, 서둘러 미리 찜해놓았던 책들을 모조리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정확히 총 몇권인지도 모른체, 다음날 현관문에 택배가 다녀간듯한 큰 박스상자 2개를 보고서야 조금 기겁했다. 이걸 다 어떻게 미국에 들고갈지 걱정스러우면서도,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아이마냥 그리 좋을수가 없었다. 일단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슬슬 졸면서 보려고 한 권을 집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절대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아니었다. 지식인이자 정치인 유시민의 단연 베스트셀러로 초판이 1988년에 인쇄된 무려 20년이나 넘은 고전이며, 여전히 매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올해 2011년 한해에만 21쇄가 발행되었다고 책 표지 넘겨 첫장에 버젓이 새겨있다. 책의 구성이 대부분 발췌와 인용들을 요약한 것이라고 저자 스스.. 더보기
Christmas Stockings - 성탄절 전날 밤에 양말을 걸어 놓는 풍습은 산타클로오스로 더욱 잘 알려진 성 니콜라스 당시로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소아시아의 미라(Myra)라는 도시를 관할하던 니콜라스 주교가 우연히, 거듭되는 사업의 실패로 몰락한 귀족과 결혼 지참금이 없어 결혼을 못하고 있는 그의 세 딸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마음씨 좋은 주교는 그들의 딱한 처지를 외면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끝에 묘안을 하나 생각해 냈다.그로부터 며칠 후인 성탄 전날 밤, 주교는 살며시 그 귀족의 집을 찾아 갔다.모두가 잠든 것을 확인한 주교는 준비해 간 지참금이 든 지갑을 굴뚝을 통해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런데 그것이 공교롭게도 말리기 위해 벽에 걸어 놓은 양말 .. 더보기
벌써 일년 싸늘한 겨울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작년에도 이맘때 쯤이었다. 난생 처음 학부형이 된 기분에 감개가 무량하다는 등, 만감이 교차한다는 등, 가지가지 썰을 풀었던 것이 어언 일년 전 얘기가 되어 버렸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데, 가만히 짚어보니 어디 감히 흐르는 물 따위가 시간에 비할소냐. 일년 전 그 같은 강당, 그때와 흡사한 인테리어와 조명 아래, 선한 인상의 교장은 작년과 거진 같은 멘트로 환영의 인사말과 더불어 성탄을 축하하는 기도를 잊지 않았고, 비로서 무대에 반듯하게 서 있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듯, 2010년 크리스마스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눈에 익은 대부분의 꼬맹이들은 아마도 나란히들 한 학년씩이 오른, 작년에도 같이 무대에 섰던 그때 그 꼬맹이들이 분명한듯 싶다. 이렇듯 달라진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