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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어머니의 필사(筆寫) 내가 좋아하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 이미 중학교때 김승옥의 단편 에 심취하여 그 책을 여러번 직접 필사했노라고 최근 어느 방송에서 밝혔다. 역시나 비범한 사람이구나 속으로 감탄하며, 잠시만 한눈 팔면 또 다시 책과 멀어지려는 내 자신을 타이르며, 부끄러워해야 했다. 또한 나는 예전부터 어머니께서 무슨 기도 제목이 있으시거나 말 못할 가슴 앓이를 하실테면 무작정 성경을 펴시고는 싸구려 낡은 공책에 한줄 두줄 말씀들을 옮겨 적으시는 일을 종종 목격해 왔었다. 무심했던 나는 그때는 그저 그러시려니 그 일을 크게 마음에 두지 못했었다. 어머니께서는 그러는 동안 봄이 여러번이나 오고 가을이 저물며, 낡은 공책들도 하나 둘 쌓여가 어느새 수십여권에 이르렀다 하셨다. 설마했던 일이, 결국 어머니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 더보기
Daniel Julian Daniel 지호 Chung. 둘째야 안녕. 네 이름 마음에 드니. 실은 엄마는 네가 딸이기를 간절히 바래서 원래 Clair 이라는 이쁜 여자아이 이름까지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솔직히 아빠도 아주 조금^^ 딸 바보가 되고픈 욕심이 있긴 했는데.) 지난달에 초음파 사진속에 아직 콩알만해도 네 고추가 선명히 보이는데도 엄마는 인간의 눈은 믿을것이 못된다면서 끝까지 부정하며 매일밤마다 딸 주시기를 기도드렸는데, 이제는 네가 건강하게 엄마 뱃속에서 잘 자라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란다. 네 할아버지 할머니 때만 해도 시집와서 아들 못 낳는 며느리는 무슨 죄인 취급 받듯 눈치도 보고 그랬는데 세상 참 많이 변했지? 참 넌 아직 세상이 뭔지도 모르지 아마. 나중에 알테니 그냥 좋은거라 생각해... 더보기
Byblos 아라비안나이트(Arabian Nights), 혹은 로 유명한 페르시안인(오늘날의 이란인)들이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포함한 거대한 지중해 연안을 독차지하며 제국을 일으키자, 인류는 사막으로 뒤덮힌 육상도로를 피하여 자연스레 고대의 두 문명이 교류 가능한 항로(航路)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고, 곧 해상 교역의 핵심이 되었던 대부분의 항구들이 오늘날까지 레바논(Lebanon)에 남아있는 주요 도시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항구는 레바논 북쪽에 위치한 'Byblos'(비빌로스)이다. 오늘날 레바논의 국기 안에 선명하게 새겨진 나무는 자국의 특산물인 삼나무이다. 구약성서에 '백향목'이라 소개되는 이 지역 삼나무는 예로부터 재질이 무척 단단하고 향이 좋아서 고대 제국 왕권들의 신전을 건축하는 자재.. 더보기
아담의 선택 어려서 나와 내 동생은 열혈 크리스찬이셨던 어머니 손에 이끌리어 오래된 기억 그 이전부터 교회를 다녔던 걸로 아는데, 실은 주일 학교 이쁜 선생님이 나눠주던 간식이며, 예배 후면 온 가족이 매주 갔던 강남 어딘가에 소재한 '부산횟집', 그집 회덮밥 맛이 기가 막혔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믿음을 편의상 그냥 '모태신앙'이라고 부르더라. 그리고 내 아이가 태어난지 갓 한달째 되던 즈음, 예전에 다녔던 교회 목사님께서는 친히 전 교인들 보는 앞에서 녀석에게 극진하게도 안수하시며 정성스런 축복 기도를 해주셨고, 그 후로는 녀석도 엄마 손에 고스란히 이끌리어 주일마다 교회를 나간다. 이제는 성경 구절도 여럿 암송해서 가끔 친지들 모인 곳에서 재주를 부려 어른들을 놀래킨다. 지금의 내 믿음이 바닥을 헤메고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