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n Daniel 지호 Chung.
둘째야 안녕. 네 이름 마음에 드니. 실은 엄마는 네가 딸이기를 간절히 바래서 원래 Clair 이라는 이쁜 여자아이 이름까지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솔직히 아빠도 아주 조금^^ 딸 바보가 되고픈 욕심이 있긴 했는데.) 지난달에 초음파 사진속에 아직 콩알만해도 네 고추가 선명히 보이는데도 엄마는 인간의 눈은 믿을것이 못된다면서 끝까지 부정하며 매일밤마다 딸 주시기를 기도드렸는데, 이제는 네가 건강하게 엄마 뱃속에서 잘 자라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란다. 네 할아버지 할머니 때만 해도 시집와서 아들 못 낳는 며느리는 무슨 죄인 취급 받듯 눈치도 보고 그랬는데 세상 참 많이 변했지? 참 넌 아직 세상이 뭔지도 모르지 아마. 나중에 알테니 그냥 좋은거라 생각해.
'나는 아들이 좋다. 아들을 낳아라. 아들이 최고다.'
제일 마지막 문장 보이니? 컴퓨터를 조금밖에 못하시는 할머니는 아빠처럼 블로그 대신에 그냥 빈 연습장에 그날 그날 스쳐가는 생각이나 기도 제목들을 적어두시곤 하는데 그간 써 모아두신 공책들만 수십여권이란다. 날짜를 보면 알겠지만 이건 네가 아직 엄마 뱃속에 생기기도 전에 쓰셨던 페이지야. 순 남자 이름밖에 없지. 지호는 네 형 찬호와 호자 돌림이란다. 딸타령만 하던 아빠 엄마 기분 상할까봐 그간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병원에서 네가 아들이라고 알려주자 그제서야 우리에게 보여주신거야.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으신 할머니는 이미 오래전부터 네가 사내아이란 것을 미리 알고 계신듯 싶다. 하나님하고 따로 통화를 하시나 혹시 이메일을 하시나.
네 형아다. 앤드류 형아.
다음주면 이제 여섯살 되는데, 너랑 같이 놀고 싶어서 벌써부터 많이 기다리고 있단다. 자기는 처음부터 남자 동생이 더 좋다고, 혼자 놀기엔 집에 너무 많이 쌓여버린 장남감도 이제 같이 좀 나눠서 놀고, 그래도 한두살 더 먹은 자기가 비디오 게임도 어떻게 하는건지 좀 보여주고, 네가 조금 더 크면 연필 잡는 법도 일려주고 더하기 빼기 산수도 가르쳐주고 싶다네. 내가 몇년 같이 살아봐서 좀 아는데, 이런 형 좀처럼 찾기 힘들꺼다. 넌 로또 맞은거야.
엄마는 매일같이 거울 앞에서 네가 또 밤새 얼마나 자랐는지, 뱃속에서 잘 놀고 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단다. 벌써부터 네가 태어나면 무엇을 먹일까 입힐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하루하루 긴 기다림을 견디고 있단다. 아빠는 아직 별로 해줄 것이 없어서 몇일 전부터 니가 잠들 무렵이면 누가복음을 한장씩 읽어주고 있는데 잘 듣고 있는지 모르겠네. 영어로 읽어줄까 하다가 이 다음에 커서 꼭 한국말을 하라는 의미로 지금 한글로 읽는데, 워낙에 한글 성경이 말도 어렵고 해서 아빠도 읽으면서 잘 이해가 안돼. 그렇니까 좀 어렵더라도 그냥 그려러니 해라.
그럼 잘 놀고 있어. 다섯달 후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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