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친구

Turning Point "Would you be my friend?" 유아원부터 조그만한 사립을 다니던 앤드류가 이번주에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집앞 공립으로 전학을 왔다. 전날 밤 엄마는 새로운 학교에서 행여 잘 적응하지 못할까 노심초사 밤 잠을 설친 모양이다. 그러나 기우였는지 방과 후 환한 미소로 돌아온 녀석은 학교 너무 좋다고, 하루만에 친구가 셋이나 생겼다고 자랑하기 바빴다. 정말 놀란 건 서먹서먹했던 처음 보는 새 친구들 사이에서 자기가 먼저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고 했다. 몇 달 전 시작한 태권도 덕을 보는건지. 어려서부터 걱정스레 다소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성격이 요즘 들어 부쩍 변하는 것이 이젠 오히려 제 엄마를 당황시키고 있다. 변한 건 비단 그 뿐이 아니다. 천성이 겁이 많아 물 속 깊.. 더보기
Cupcakes 몇일전부터 와이프는 유치원에 무슨 행사가 있다면서 부산을 떨었다. 공들여 녀석의 셔츠 하나에 커다란 100자를 손수 새겨 놓은 것이, 유치원 입학 100일 축하 파티란다. 졸업도 아니고 입학 100일이 무슨 파티꺼리인가. 반친구들과 나눠먹을 컵케이크들이 막 오븐에서 나왔는지, 집안은 온통 카스타라 향으로 가득이다. 엄마는 스물네개 갓 구워진 빵 위에 연한 크림으로 장식을 꾸미고, 녀석은 싱글벙글 연신 스프린클을 사방에 뿌려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끝끝내 내일까지 참지 못하고 결국 하나를 집어들어 시식을 하고야 마는 녀석. 와이프는 유난히 엄마의 부엌일을 거들어주기 좋아하는 녀석을, 오래오래 마치 딸 삼아 사는 날이 앞으로 많을테다. 셔터를 눌러대다 웃음이 터진 나는, 녀석 입가에 뭍어 남은 크림 자국.. 더보기
문방구 여행이 누구에게나 흥겨운 엔돌핀이라도 나눠주는건지, 한국에 도착했던 날부터 녀석은 부시시한 모습으로 아침에 깨어나 늦은 저녁녘 잠들 무렵까지 온종일 싱글벙글거렸다. 제 아빠 엄마가 다들 부산하게 제각기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하는 동안, 제접 적잖은 시간들을 녀석이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놀거나 할머니와 삼촌네가 놀아주며 집에 남아 있곤 했는데, 우리 없이도 큰 불평 없이 매일 잘 지내주어 고맙기도, 또 미안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부터 미리 계획해 두었던 것. 한국에 오면 꼭 녀석을 데리고 아빠가 어릴적 다니던 그런 옛날 문방구를 하나 찾아가는 일이었다. 마침 가까운 시장 뒷골목에 옛 추억을 일으킬만한 곳이 있었다. 어느 여유롭던 아침, 장남감 사주겠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녀석이 자다 일어나서 이게 왠 횡재.. 더보기
Taught by Nature 방과후 녀석을 데리러 학교에 도착하니, 여느때처럼 학교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분주하게 뛰어놀고 있었다. 언제부터 나는 녀석의 흥을 깨는 것이 사뭇 미안하여, 녀석이 나를 먼저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냥 한쪽 귀퉁이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엄마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씩이나마 학교를 찾아들면 녀석은 그때마다 다른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노는데, 오늘은 어떤 여자아이와 둘이서 돌아다닌다. 여자아이가 높은 놀이기구를 올라 탈때마다 먼저 올라가서 손을 내밀어 주거나 혹은 뒤에서 조심스레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는 같이 미끄럼을 타고 내려와서 어김없이 둘이서 잠시 놓았던 손을 다시 잡는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들인가. 이제 4살짜리들이. 저것들이 영화를 너무 봤나...는 아닐테고, 무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더보기
Birthday Party 사실 내달이 되야 녀석 생일인데, 곧 학년이 바뀌고 같은 반 꼬마 친구들과는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 조금 앞당겨서 파티를 했다. 그렇고 보니, 가족 이외의 자기 친구들과의 생일은 이번이 처음인듯 싶다. 마치 알고 있었는지, 4자 모양의 큰 풍선을 보자마자 자기도 이제 네살이라고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자랑하는라 바쁘다. 기독교 학교라서 매일 아침 수업 전 강당에서 간단한 예배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선생님 손에 이끌리어 교단 앞으로 나온 녀석을 위해, 100명 남짓 전교생 꼬맹이들이 "Happy Birthday! Andrew!" 하며 생일 축하 노래를 합창 할 때는, 여느 아빠처럼 핑한 감동 한 방울도 잠시 찔끔거렸던 것 같다. 아이들이 다 모여 예배를 드리는 동안, 와이프는 케익이며 풍선이며 탁상보며 하물며.. 더보기
야자 야간 자율 학습. 자율은 무슨.. 행여 하루라도 친구들과 땡땡이라도 치다 잡히는 날에는 담임에게 먼지나도록 맞았던 그 지긋지긋하고 억울했던 extra-curriculum이 오늘날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한국에서 연명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뭇 놀랍기만 하다. 얼마전 방한을 마치고 돌아온 Obama가 한국의 교육열을 침이 마르도록 공공연하게 찬양하였는데, 심각한 에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루종일 수업에 지친 아이들을, 굳이 또 밤 늦게까지 학교에 잡아두어야 하는 이유를 아무도 내게 속시원히 알려준 이가 그때도 지금도 없다.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비능률적인 강요된 학습을 어린 학생들이 버티는 데에는, 그나마 함께 견디는 친구들이라도 곁에 있어서가 아닌가 짐작해 본다. 나에게 그런 옛 친구놈 중 하나가 어제 갑작.. 더보기
A Swan Life "백조가 아주 물위에선 폼나고 우아하게 떠있지. 근데 너 물속은 어떤지 알아? 졸라리 헤엄치고 있어. 산다는게 그런거다. 장난이 아냐, 임마." - 영화 모처럼만에 북가주를 몇일 다녀왔다. LA로 이주하기 전 처분하지 못한, 그래서 이제는 Upside-down이 되버린 골칫거리 집문제 해결을 위해, 편한 마음만은 아닌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제는 어쩔수 없이 멀리 떨어져 사는 몇몇 가슴트고 지내는 친구녀석들 반가운 얼굴 보는 일이란 어쩔 수 없이 즐겁기만 하다. 허우대 멀쩡하고 능력있는 놈이 서른중반이 되도록 장가를 못가 늘 안쓰러웠건만, 결국 바라던대로 단아하고 차분한 와이프와 연이 닿아 어제 처음으로 나에게 선보였다. 헤어짐의 쓰린 상처 달래며 한동안이나 애도일지를 써대던 후배놈도, 어느날인가부터 블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