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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A Swan Life



"백조가 아주 물위에선 폼나고 우아하게 떠있지. 근데 너 물속은 어떤지 알아? 졸라리 헤엄치고 있어. 산다는게 그런거다. 장난이 아냐, 임마."

- 영화 <넘버3>



모처럼만에 북가주를 몇일 다녀왔다. LA로 이주하기 전 처분하지 못한, 그래서 이제는 Upside-down이 되버린 골칫거리 집문제 해결을 위해, 편한 마음만은 아닌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제는 어쩔수 없이 멀리 떨어져 사는 몇몇 가슴트고 지내는 친구녀석들 반가운 얼굴 보는 일이란 어쩔 수 없이 즐겁기만 하다.

허우대 멀쩡하고 능력있는 놈이 서른중반이 되도록 장가를 못가 늘 안쓰러웠건만, 결국 바라던대로 단아하고 차분한 와이프와 연이 닿아 어제 처음으로 나에게 선보였다. 헤어짐의 쓰린 상처 달래며 한동안이나 애도일지를 써대던 후배놈도, 어느날인가부터 블로그 업데이트가 안되나 싶더니, 갑작스레 싹싹하고 붙임성 좋은 처자를 새 여자친구라며 데리고 나와 예기치 못한 나를 제법 놀래켰다.

다들, 그리 잘 사는듯 해 바라만 봐도 그냥 기분이 좋았다.

처음 보는 이들의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첫 만남의 분위기 띄우는 일이, 원래부터 내 몫이라 참 많이도 떠들었다. 집에서 별 말 없는 내 실제 모습을 아는 가족들은 그런 내 모습이 이중적이라 여길 일이다. 그런 화기애애했던 저녁식사와 사뭇 달리, 남자들끼리만의 대화는 진지했고 매우 현실적인 얘기들 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네는 뜬구름 잡는 얘기보단, 먹고 사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겉으로 평온하고 안정되어 별 일 없이 사는듯한 우리의 모습들은 실상 백조의 그것와 다름없었다. 백조는 서로 백조끼리 알아보는 모양이다.

그래서 어쩌랴. 그냥 헤엄쳐 나가는거지. 평생 좁은 연못에 갇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인생이라도, 헤엄을 멈추면 물속에 가라앉을 일이니, 어찌하랴. 살다보면 가끔은 보기 좋은 연꽃 구경도 하고, 오손도손 새끼도 낳고 사는 일이 뭐 그리 나쁘랴.

혹시 아나. 헤엄쳐 나가다보면 어느날엔 꿈꾸던 바다를 만나는 일이 이루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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