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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새해인사 이제 신혼인 동생 내외는 새해 첫날의 좋은 기운을 맞고자 제주도에 내려간 모양이다. 그곳에서 갑작스레 문자로 보낸 새해 인사 사진들에 한동안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중에 서울에서 보내온 고화질의 사진들보다 나는 처음에 핸드폰으로 받았던 이 흐릿한 사진들의 여운이 오래토록 가시지가 않는다. 나 역시 마음으로 그들에게 큰 맞절을 올린다.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 몇 해전에는 황금돼지 띠라고 그 난리를 치시더니, 어머니는 이래저래 우리와 동생내외가 아이를 낳아야 할 구실이 한가지 더 생기셨다. 그러니까 60년 주기가 정확히 일곱번 거슬러 올라 임진왜란이 있었다고, 아버지께서는 새해 덕담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을 당부하시었다. 준비없는 승리가 있을 수 없다는 지극히 순리로운 이치를 .. 더보기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한국을 떠나오기 전, 서둘러 미리 찜해놓았던 책들을 모조리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정확히 총 몇권인지도 모른체, 다음날 현관문에 택배가 다녀간듯한 큰 박스상자 2개를 보고서야 조금 기겁했다. 이걸 다 어떻게 미국에 들고갈지 걱정스러우면서도,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아이마냥 그리 좋을수가 없었다. 일단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슬슬 졸면서 보려고 한 권을 집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절대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아니었다. 지식인이자 정치인 유시민의 단연 베스트셀러로 초판이 1988년에 인쇄된 무려 20년이나 넘은 고전이며, 여전히 매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 올해 2011년 한해에만 21쇄가 발행되었다고 책 표지 넘겨 첫장에 버젓이 새겨있다. 책의 구성이 대부분 발췌와 인용들을 요약한 것이라고 저자 스스.. 더보기
문방구 여행이 누구에게나 흥겨운 엔돌핀이라도 나눠주는건지, 한국에 도착했던 날부터 녀석은 부시시한 모습으로 아침에 깨어나 늦은 저녁녘 잠들 무렵까지 온종일 싱글벙글거렸다. 제 아빠 엄마가 다들 부산하게 제각기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하는 동안, 제접 적잖은 시간들을 녀석이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놀거나 할머니와 삼촌네가 놀아주며 집에 남아 있곤 했는데, 우리 없이도 큰 불평 없이 매일 잘 지내주어 고맙기도, 또 미안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부터 미리 계획해 두었던 것. 한국에 오면 꼭 녀석을 데리고 아빠가 어릴적 다니던 그런 옛날 문방구를 하나 찾아가는 일이었다. 마침 가까운 시장 뒷골목에 옛 추억을 일으킬만한 곳이 있었다. 어느 여유롭던 아침, 장남감 사주겠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녀석이 자다 일어나서 이게 왠 횡재.. 더보기
포토제닉 한국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그냥 대충 훓어만 보는데도 벌써 긴밤이 되었다. 주위에서도 이번에 어머님 얼굴이 참 좋아보이신다는 인사을 종종 받곤 했는데, 다시금 보니 표정들이 화사하신 것이 사진들을 무던히도 잘 받으셨다. 어떤날엔 여왕처럼 때로는 바닷사람처럼. 늘 어머니처럼 혹은 할머니처럼, 그러나 아내처럼. 막 50대처럼 또는 60대처럼, 간혹 40십대처럼. 여전히 여자처럼. 어머니에게 女子가 남아있다. 여행길이 고단하셨는지 돌아오셔서는 조금 편찮으시다. 그간 아들이 체 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숨겨놓으신 젊음들을 감사하게도 카메라가 많이 담아 주었다. 사진들 직접 보시면 새 기운이 조금 나실테다. 더보기
Home Sweet Home 2주간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대략 5,000장의 사진을 찍어왔더라. 짧은 여행덕에 한동안은 블로깅 할 꺼리로 내심 즐거우리라. 그 많던 사진들 속에 겨우내 한장을 고른다는게, 하필이면 아내가 핸드폰으로 찍은 흐렸던 제주도 푸른 앞바다. mp3가 없던 지난 시절, 낡은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곤 했던 그곳의 감성이 바다소리에 숨어있다. 오늘은 이 사진 한장만으로 스산한 마음을 가다듬기에는 충분할 듯 싶다. 더보기
찰나를 담아 불변을 바래본다 Du fehist mir. 독일어로 '보고싶다'라는 말은, 직역하자면 '너에게 내가 없다' I miss you. 영어로 '보고싶다'라는 말은, 직역하자면 '나에게 니가 없다' "아빠, why is 이모 wearing that pretty dress?"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던 녀석이 의아한듯 물어오는 것이 괜시리 미소를 머금게 한다. "Because it is the prettiest day of her life." “Photography takes an instant out of time, altering life by holding it still.” - Dorothea Lange (1895-1965) 동생 내외의 야외촬영 사진들을 찬찬히 바라보던 아내는, 그들이 마치 화보같다며 부러움을 숨기지 않았.. 더보기
The Aurora - Terje Sorgjerd - by Terje Sorgjerd, with Canon 5D Mark II, Canon 24mm/1.4, Canon 16-35mm/2.8, Sigma 12-24m 말로만 들어 본, 어쩌다가 사진 몇장으로 접해 봤던 북극의 오로라. 노르웨이의 한 사진작가가 러시아 국경 부근에서 일주일에 거쳐 북극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았다. 동영상이 아닌 수 만장의 사진들을 직접 편집하여 완성된 영상. 자연의 신비에 넋을 잃기 전에, 작가의 노고가 얼마나 지대하였는지 감히 짐작만 할 따름이다. 실은 말로만 노고를 치하할 뿐, 정작 눈에 들어오는 건 모든 아마추어들의 로망 5D Mark II. 볼지어다, 풀프레임의 위용을. 사진이라면 젬병인 와이프도 내가 평소에 노래를 부르다시피 해서 5D Mark II 를 안다. 어떨결에.. 더보기
Valentine Lady (못 받은 생일 꽃은 여기를 클릭하시라.) 일단 생일은 감축하마. 하필이면 가게 대목인 Valentine's Day 에 태어난건 누구 탓을 할 수 없는 너의 팔자인 거다. 거기에 생전 안 겪던 치통까지 참아내며 정신 없이 바빴던 하루를 끝내고 나서야 겨우 생일밥이나 좀 먹어볼까 다녔어도 가는 레스토랑마다 붐비는 커플들로 자리가 없어 결국 동네 중국집에서 한끼 저녁을 때운 일도 누굴 원망치 마라. 생일 축하 와인이라도 한 잔 하려 했건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서 샀던 그 볼품없던 케익 촛불 불기가 무섭게 곤함을 못 이기어 침대에 쓰러져 하루를 맺은 것도, 다 너의 운명인거다. 푸르렀던 보름달도 네 생일임을 이미 잊은 듯, 여느날과 다를 것 없는 그저 평온한 밤을 주었다. 나는 내 애마 Fujita S.. 더보기
박새롬 : 한복 입은 여자 (출처: http://pann.nate.com/b202753912) 모르는 사람이 사진들만 보았더라면 딱 미X년 소리 듣기 좋았을법한, 그러나 그 생각이 맑고 그 실천이 바지런하여 그 같은 사진들을 다시한번 찬찬히 둘러보게되는, 멋진 사람이다. 바로 이런 감동을 주는 사진들을, 나는 찍고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