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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Snow Valley 녀석은 내가 얼마나 이 날을 고대해 왔는지 알 턱이 없다. 작년에도 데리고 왔다가 끝내 한살만 더 먹으면 시키자고 벼르던 스키 강습. 지레 겁이라도 먹을까봐. 행여 다치기나 할까봐. 의외로 흥미를 느끼지 못할까봐. 아이들 수업에 부모들이 방해된다 쫓겨나듯 그리 먼 발치에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꼭 훗날에 오늘을 추억하고, 분명 아빠를 고마와할 날이 올꺼다, 이녀석. 단조롭기 그지없던 도심을 모처럼 벗어나. 꼬불거리던 숲속 어느 아담한 산장에 몇일 묵으면서. 밤이면 벌건 벽난로에 장작 타던 소리. 녀석이 잠들 무렵 이내 방안을 가득 채우던 마쉬멜로 굽던 소리. 거진 십년을 초보자 코스에서 낙엽밖에 탈 줄 모르던 몸치 아내는, 마침내 Toe Edge 를 연마하고 중급 코스 입문. 이제서야 새로운 세상을 보았.. 더보기
문방구 여행이 누구에게나 흥겨운 엔돌핀이라도 나눠주는건지, 한국에 도착했던 날부터 녀석은 부시시한 모습으로 아침에 깨어나 늦은 저녁녘 잠들 무렵까지 온종일 싱글벙글거렸다. 제 아빠 엄마가 다들 부산하게 제각기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하는 동안, 제접 적잖은 시간들을 녀석이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놀거나 할머니와 삼촌네가 놀아주며 집에 남아 있곤 했는데, 우리 없이도 큰 불평 없이 매일 잘 지내주어 고맙기도, 또 미안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부터 미리 계획해 두었던 것. 한국에 오면 꼭 녀석을 데리고 아빠가 어릴적 다니던 그런 옛날 문방구를 하나 찾아가는 일이었다. 마침 가까운 시장 뒷골목에 옛 추억을 일으킬만한 곳이 있었다. 어느 여유롭던 아침, 장남감 사주겠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인 녀석이 자다 일어나서 이게 왠 횡재.. 더보기
제주도 한국오느라 어지간히 지겨웠던 비행기를 또 다시 탑승. 그러나 처음으로 와보는 제주도라, 정말 모처럼 온식구가 함께하는 여행길이라, 기대 반 설레임 반. 고맙게도 모든게 신혼여행까지 뒤로 미룬 동생 녀석의 아이디어였다. 2주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맛집 중 하나로 주저없이 제주도 를 꼽겠다. 그 이름처럼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던 아담했던 식당안으로 들어서자 벽벽마다 빼곡히 명사들의 친필을 담은 글귀들이 손님들을 반겼다. 이곳 제주에서도 별 인기없던 바보 노무현의 담백한 한 마디가 메아리처럼 가슴을 울렸다. 그 바로 밑에 MB가 다녀간 사진을 덜컥 붙여놓은 건, 대체 주인장이 무슨 심보였는지 통 알 길이 없었다. 기분 상하던 찰나, 한상이 거하게 차려지더니 절로 감탄이 우러났다. 해륙진미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