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내가 얼마나 이 날을 고대해 왔는지 알 턱이 없다.
작년에도 데리고 왔다가 끝내 한살만 더 먹으면 시키자고 벼르던 스키 강습.
지레 겁이라도 먹을까봐.
행여 다치기나 할까봐.
의외로 흥미를 느끼지 못할까봐.
아이들 수업에 부모들이 방해된다 쫓겨나듯 그리 먼 발치에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꼭 훗날에 오늘을 추억하고,
분명 아빠를 고마와할 날이 올꺼다, 이녀석.
단조롭기 그지없던 도심을 모처럼 벗어나.
꼬불거리던 숲속 어느 아담한 산장에 몇일 묵으면서.
밤이면 벌건 벽난로에 장작 타던 소리.
녀석이 잠들 무렵 이내 방안을 가득 채우던 마쉬멜로 굽던 소리.
거진 십년을 초보자 코스에서 낙엽밖에 탈 줄 모르던 몸치 아내는,
마침내 Toe Edge 를 연마하고 중급 코스 입문.
이제서야 새로운 세상을 보았노라 차마 기쁨을 감추지 못한 체로.
온 몸에 새겨물든 피멍 자국 훈장들도 굳이 개의치 않은 체로.
다음날 찜질방에서 남의 얘기 좋아하는 여자들의 수군거리던 소리.
졸지에 남편한테 얻어맞고 사는 아내가 된 멋쩍은 웃음소리.
영광의 상처들인 것을 아줌마들은 알 리가 없다.
엄마가 보드 십년만에 체험한 중급코스를,
녀석은 사흘만에 유유히 타고 내려왔다.
스펀지 같은 녀석의 급성장에 말문이 막힌 체로,
연신 셔터를 눌러대던 아빠에게 살짝 포즈를 취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 녀석.
작년처럼 아빠와 눈사람을 만들어 보고.
아직까지 엄마와 눈싸움을 하기 더 좋아하는 녀석.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라타기 무섭게 금새 곯아 떨어지는.
그저 녀석은 여전히 내겐 5살짜리 꼬맹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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