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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제주도










한국오느라 어지간히 지겨웠던 비행기를 또 다시 탑승. 그러나 처음으로 와보는 제주도라, 정말 모처럼 온식구가 함께하는 여행길이라, 기대 반 설레임 반.


고맙게도 모든게 신혼여행까지 뒤로 미룬 동생 녀석의 아이디어였다.




















2주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맛집 중 하나로 주저없이 제주도 <유리네>를 꼽겠다. 그 이름처럼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던 아담했던 식당안으로 들어서자 벽벽마다 빼곡히 명사들의 친필을 담은 글귀들이 손님들을 반겼다. 이곳 제주에서도 별 인기없던 바보 노무현의 담백한 한 마디가 메아리처럼 가슴을 울렸다. 그 바로 밑에 MB가 다녀간 사진을 덜컥 붙여놓은 건, 대체 주인장이 무슨 심보였는지 통 알 길이 없었다. 기분 상하던 찰나, 한상이 거하게 차려지더니 절로 감탄이 우러났다. 해륙진미의 맛이라 하더니, 이곳의 갈치조림 고등어조림을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지레 겁이라도 먹을줄 알았던 녀석은 너무나 의연하게 말 위에 올라탔다. 낙마를 염려했던 어른들이 오히려 노심초사 고삐를 필요이상으로 꽉 잡았다 놓았다를 되풀이했었다. 아마도 녀석은 말이 저를 태워준다는 심정으로 고맙게 몸을 의탁했을테고, 어른들은 자기가 말을 몰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잔뜩 어깨에 쓸데없는 힘만 들어갔을테다.


가끔 아이들은 어른들의 스승일 때가 있다.



























아버지께서 유난히도 즐거워하셨던 바다낚시. 기껏 손바닥만한 고기 한마리를 건져내시면서, 그 함박웃음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해맑은 미소였다.


나는 그 소년같은 웃음이 왜 그리 반가운지 모를 일이다.

























제주도의 마지막 날, 청량했던 바닷바람을 모두들 여유로이 들여마셨다.

두팔 벌려 하늘 향해 무언가를 소리질러 본다. 그게 꿈이던, 추억이던, 뭐던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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