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is blind. Marriage is the eye-opener." - Pauline Thomason
그리도 좋은가.
요즘 것들은 이런날에 긴장도 하지 않는다.
사실은 부러웠다.
한강에 있던 무슨 선상 웨딩홀.
결혼하기 참 좋았던 날씨.
하긴 비오는 날이었다한들 뭐 어땠으리.
다 좋은거지.
어느새 큰 며느리에게 마음을 의지하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새 각시 첫 삼년 혼쭐나게 교육시키시겠다던 그 시어머니의 옛 엄포는,
그렇게 세월속에 찬찬히 묻혀버렸다.
집안의 큰 날에 제법 맏며느리 포스를 풍기던 아내를 바라보며.
너도 예전에는 새파랗게 젊었던 날이 있었단다,
나즈막히 귀에 대고 속삭여 주고 싶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의젓한 모습으로 Ringboy로 데뷔한 다섯살 난 꼬마 앤드류.
꼴에 한살 더 많다고 어린 화동에게 이것저것 일러주기까지 한다.
"나 앤드류 오빠에게 시집갈래."
거짓말 아니고 맹랑한 꼬맹이가 진짜 그리 말했다.
만난지 1시간도 안된 녀석들이.
막상 식이 시작하려니까 이제서야 좀 긴장들 되시나.
신부 말고 너 신랑.
예식의 시작을 선언하시는 아버지.
다시금 그의 존재란,
존재 그 자체에 이미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주례가 없는 것이 요즘 트랜드라나.
내 결혼식때 한시간 넘게 부흥회를 인도하셨던 그 목사님 주례사 생각에 뒤늦게 억울해하며.
한편으론 더 이상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 모습에 조금 찹찹해하며.
서로에게 언약서를 읽어주는 동안,
신부는 여러번 목이 잠기어 말이 끊겼고,
내 동생 눈가에는 그새 눈물이 고이었다.
다른건 약속 못하겠고 아내를 평생 웃게 해주겠다나.
순진하게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운일인줄 아냐.
행복하게 못 살기만 해라.
"인(仁)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며, 지(知)는 사람을 아는 것이다." -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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