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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 Daniel

Taught by Nature




방과후 녀석을 데리러 학교에 도착하니, 여느때처럼 학교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분주하게 뛰어놀고 있었다. 언제부터 나는 녀석의 흥을 깨는 것이 사뭇 미안하여, 녀석이 나를 먼저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냥 한쪽 귀퉁이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엄마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씩이나마 학교를 찾아들면 녀석은 그때마다 다른 아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노는데, 오늘은 어떤 여자아이와 둘이서 돌아다닌다. 여자아이가 높은 놀이기구를 올라 탈때마다 먼저 올라가서 손을 내밀어 주거나 혹은 뒤에서 조심스레 손을 잡아준다. 그리고는 같이 미끄럼을 타고 내려와서 어김없이 둘이서 잠시 놓았던 손을 다시 잡는다.

이게 뭐하는 짓거리들인가. 이제 4살짜리들이. 저것들이 영화를 너무 봤나...는 아닐테고, 무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암튼 혼자서 웃음이 멈추지를 않았다. 모른척 하고 넘어가려다가 참지 못하고 결국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그 여자아이 이름도 물어보고, 혹시나 싶어 질문을 해본다.

"아까 같이 놀이터에서 놀던 그 친구, boy야 아님 girl야?"

"Girl야."

"진짜? 왜?"

"Because... boy는 옷이랑 바지입고, girl는 dress 입어. (조금 한심하다는듯한 표정으로) You didn't know that, 아빠?"

"아하하하. 근데 왜 같이 손잡고 있었어?"

"Because..... she likes me, 아빠."

"푸하하하."



빠르다 빨라. 이미 어이를 상실한 나였음에도 나중에 와이프가 들려준 이야기가 아주 쐐기를 박는다. 하루는 둘이서 TV를 보다가 드라마속의 남녀 주인공들이 맬랑꼴리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무드를 잡고 있는데, 녀석이 그랬단다.

"Uh-oh, they're gonna hug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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