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겨울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작년에도 이맘때 쯤이었다.
난생 처음 학부형이 된 기분에 감개가 무량하다는 등, 만감이 교차한다는 등, 가지가지 썰을 풀었던 것이 어언 일년 전 얘기가 되어 버렸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는데, 가만히 짚어보니 어디 감히 흐르는 물 따위가 시간에 비할소냐. 일년 전 그 같은 강당, 그때와 흡사한 인테리어와 조명 아래, 선한 인상의 교장은 작년과 거진 같은 멘트로 환영의 인사말과 더불어 성탄을 축하하는 기도를 잊지 않았고, 비로서 무대에 반듯하게 서 있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듯, 2010년 크리스마스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눈에 익은 대부분의 꼬맹이들은 아마도 나란히들 한 학년씩이 오른, 작년에도 같이 무대에 섰던 그때 그 꼬맹이들이 분명한듯 싶다.
이렇듯 달라진건 하나도 없다.
굳이 달라졌다고 하자면 그나마 녀석의 파마 머리. 그러고 보니 녀석의 키가 모르는 사이 한척이나 더 자란듯 싶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질소냐 고래고래 질러대는 노랫 소리 역시 무척이나 우렁차다. 그냥 사방이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작년과는 사뭇 다르게, 무대를 의식하듯 오르자마자 강당 안을 틈없이 메운 관중들 속에서 아빠 엄마, 그리고 할머니를 찾으려 쉴새 없이 두리번 거리다가, 이윽고 설레발치며 손 흔드는 엄마와 눈이 맞자, 그제야 머쓱하게 백만불짜리 함박 웃음을 지어주었다.
하나도 안 변한듯, 그러나 실은 모든게 변해 버린, 시간은 늘 그렇게 야금야금 우리를 잘도 속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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