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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 Daniel

마이신



- Andrew a.k.a Azithromycin 500 mg



"오빠는 아들 하나는 잘 뒀어."

뜬금없이 녀석의 담임선생님이 와이프에게 내 안부를 묻더란다. 그렇지 않아도 또 반갑지 않게 찾아온 독감 때문에 지난 열흘간 집에서 쓰러져 시쳇놀이를 하던 중이었다.


"Can you pray for my daddy? He's sick."

아침마다 학교에서 기도를 하는 모양인데, 요 몇일째 담임에게 얘기를 한 모양이다. 이런 된장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기특한 녀석 같으니라고, 요 녀석을 어찌하리.



내가 아프거나 혹은 또 마음이 부산하더라도 시간이란 놈은 당췌 나를 기달려 주는 법이란 없다. 그래서 녀석이 얼마전 한국에서 보낸 보름동안의 이야기도 어느덧 먼 기억속으로 흐릿해져 간다. 국민학교 하교길 진달래꽃 향기 가득했던 내 어린 시절에는 열한개에 백원, 인심좋았던 아주머니가 오뎅이라도 한 조각 더 주는 날이라면 그것이 그리 마냥 즐거웠던, 그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 맛이란 어떤 것인지 녀석도 먹어보고 왔다는데 참 다행이다. 학창시절 두근두근 롯데월드가 열리던 날, 그 신세계를 어찌 구경이라도 한번 하려 세뱃돈이며 쌈지돈 모아모아 점표 아저씨에게 내밀었던 꼬깃꼬깃했던 지폐 몇장, 입장권 하나 주세요 당당하게 외쳤을 때의 그 뜻모를 환희란, 디즈니랜드가 더 익숙할련지 모를 녀석에게도 꼭 감동이었을 거라 믿어본다. 지긋지긋했던 수험생이란 딱지를 떼던 날, 무슨 바람이었는지, 어머니 저 파마할거에요, 독립선언 하듯 나가 버려서 그 길로 동네 미장원에서 아줌마로 변신한 이후 나는 다시는 내 머리에 아무 짓도 하지 않을것을 맹세했었는데, 연예인들 다니는 청담동 미장원은 뭐가 다른가, 깜찍한 웨이브 머리에 녀석이 왕석현이가 되어 LAX 출구 밖으로 성큼 걸어나왔다. 엄마가 학창시절 제일 좋아했던 솔리드의 그 김조한과 나란히 앉아 기내에서 내내 수다떨고 귀여움 받으며 세관에서 짐까지 들어줬다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렇게 모든 기억들은 어제의 우리와 오늘 녀석의 일상으로 오가며 거미줄을 친다. 혹은 그 잔상은 아직 아침에 먹은 마이신 500 mg 그 지독한 약기운 덕에 모든게 뒤죽박죽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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