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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 Daniel

1st Movie Out : Shrek




몇일 녀석의 학교가 쉰다. 다음주면 이제 4-Years-Old Class가 시작되기 전 잠깐 동안의 방학이다. 하루 반나절을 아빠와 단둘이 보내기로 한 것이 오늘인데, 남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엄마 없이 녀석과 밖에서 'hang out'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졸린 눈 부비고 먼저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려 Mcdonalds 부터 들렸는데, 엄마라는 사람들은 매일 이걸 어떻게 하는지, 녀석을 먹이다보니 정작 내가 뭘 먹었는지 기억이 없다. 녀석은 이제 'Ready-to-go'. 배도 부르고, 마침 오늘 보기로 한 <Shrek> 장남감까지 나눠주는걸 받아서 좀 들떠 보였다. 일단 출발이 좋아서 다행이다.

아침 식사 직후여서인지, 아니면 엄마와는 몇번 와본 모양이라 식상한 것이였는지, 극장에서 빠질 수 없는 버터 팝콘과 Icee를 품에 안겨줬는데도, 녀석이 본체 만체 한다. 그래도 아빠와 단둘이 첫 영화 나들이인데 빈손으로 입장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최대한 모든걸 구색이라도 맞추어야 내 마음이 편했다. 컴컴한 극장 안에 들어서니, 조금 무서웠는지, 아니면 엄마와는 매번 그리 했었는지, 내 무릎위에 앉아서 보겠다고 자꾸 재촉하는 녀석에게, 어디 다 큰 녀석이 혼자 앉아서 봐야지 타일렀더니, 금방 내 옆 빈자리에 올라 앉았다. 나에게도 제접 넓직한 좌석이 녀석에게는 완전 소파다. 어른인 나도 제접 어지럽고 불편했던 3D 안경을 영화 내내 꼼짝도 안하고 쓰고 있는 모습이 왜 그리 귀여운지. 사실 나도 주인공 Shrek 말고는 아는 캐릭터가 없는데, 자꾸 이놈 저놈 이름이 뭐냐, 지금 어디를 가고들 있냐, 빨간 드레곤은 나쁜애냐 착한애냐, 영화 내내 꼬치 꼬치 참 질문도 많다. 그래도 극장 안에서는 목소리를 낮추는 것을 어찌 아는지, 조용 조용 귀에 속삭이는 녀석이 그리 기특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룰에 더 순응하고 더 빨리 적응하는 것이 분명하다. 자꾸 모르는 질문들에 대충 답해주기가 싫어 나중에는 애들 영화를 녀석보다 더 집중해서 보고 있는 내 모습에 스스로 웃음이 났다. 엄마는 나보다 대답을 더 잘 해 주었을까, 비교 당하는 것 같은 유치한 생각도 잠시나마 든 것이 사실이다.

암튼, 녀석과의 첫 영화 나들이는 그렇게 나름대로 성공했다. 극장을 빠져나오며 지나친, 6월 개봉하는 <Toy Story 3> 포스터에 녀석의 시선이 고정,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진~짜 재미있다, 또 오자, 아빠?"

녀석이 오히려 나보다 더 여유있고 단 둘이 있는것에 낯설지 않아 했다. 아빠가 되가지고 왜 그리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쓰이고 쩔쩔 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역시나 'Male Bonding'이란, 설령 제 자식이라 할지라도, 미묘하게 복잡하고, 쉬운 듯 어렵다. 왜 어른들이 딸자식은 아빠 사랑이고 사내 아이들은 엄마가 키워야 된다고 하는지, 대충 공감이 된다.

"아빠, 이제 우리 엄마한테 가자."

한참을 잘 놀던 녀석, 차에 타자마자 한다는 소리, 참으로 하릴없고 부질없다.

모자의 깊이는 아비가 헤아일 수 없고, 부자의 너비는 어미가 가늠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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