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절 전날 밤에 양말을 걸어 놓는 풍습은 산타클로오스로 더욱 잘 알려진 성 니콜라스 당시로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소아시아의 미라(Myra)라는 도시를 관할하던 니콜라스 주교가 우연히, 거듭되는 사업의 실패로 몰락한 귀족과 결혼 지참금이 없어 결혼을 못하고 있는 그의 세 딸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마음씨 좋은 주교는 그들의 딱한 처지를 외면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끝에 묘안을 하나 생각해 냈다.그로부터 며칠 후인 성탄 전날 밤, 주교는 살며시 그 귀족의 집을 찾아 갔다.모두가 잠든 것을 확인한 주교는 준비해 간 지참금이 든 지갑을 굴뚝을 통해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런데 그것이 공교롭게도 말리기 위해 벽에 걸어 놓은 양말 속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양말을 신으려다 양말 속에 들어 있는 돈을 발견한 세 딸은 너무나 기뻤다. 그들은 누군지 알지 못하지만 은총을 베푼 그 사람과 하나님께 진정한 감사를 드렸다. 이후로 아이들은 뜻밖의 선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성탄절 전날 밤 잠들기 전에 양말을 걸어놓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풍습의 영향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불우한 이웃에게 자비와 구제의 손길을 베푸는 일들이 행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의 아침잠까지 앗아가는 계절이다. 평소보다 일찍이나 일어난 녀석은 눈 뜨기가 무섭게 부랴부랴 아래층 크리스마스 트리부터 확인하러 달려간다. 분명 어제밤 잠들기 전만 해도 없었던 선물들이 수북이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도, 제 이니셜이 새겨진 크리스마스 스타킹 안에도 들어있는 것을 곧 발견하고는, 두 눈이 둥그레져 흥분을 다 가누지 못하는 웃음 소리가 한동안이나 거실을 떠나지 않았다. 어른들은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Christmas Spirit, 우리네 몫까지 실컷 만끽하며 아직 이틀이나 더 기달려야 풀어볼 수 있는 크고 작은 선물들을 고작 만지작 만지작거리더니, 한참이나 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시침을 떼고, "우와, 누가 이걸 다 가져다 놓고 갔지?" 능청을 떨어보니, 짐짓 아빠가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일에 어깨가 우쭐거렸는지, 산타 할아버지가 밤에 몰래 두고 갔다고 친절히도 설명해 준다. 왜 산타가 하필 다들 자는 깜깜한 밤에야 다녀갔냐 물으니, 그제서야 좀 전에 깜박 잊고 얘기 못한 루달프 사슴이 어쩌구 썰매가 어쩌구,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길이 막혀 늦었다나 어쨌다나.
들썩거리는 어깨며 또렷또렷 초롱한 눈빛에 홍조된 볼살 조금 격양된 목소리까지, 막 터질듯한 성탄의 앤돌핀은 이제 녀석만의 특권이 되어버렸다. 무언가를 전적으로 여과없이 그리고 한점 의심없이 믿을 수 있다는 일이 기적과 같은 축복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나는 녀석의 해맑은 순수함을 무척이나 부러워하고, 아빠로서 조금이라도 오래 지켜주고 싶은 작은 바램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그 모든 동화 속 얘기들이 허구면 어떠하리, 나 역시 창조주께 내 뇌를 포맷해 달라 부탁드리고는 다시금 아라비안 나이트에 풍덩 빠져들고 싶거늘, 어린 아이처럼.
"근데 앤드류꺼 선물 왜 이렇게 많은거지?"
"아.. because I prayed a lot."
"(푸하하) 그래 그래, 근데 앤드류야. 왜 아빠껀 없지?"
"아.. because you have to be a good boy. 아빠는 말 잘들었어? 앤드류는 진짜 말 잘들었는데."
그래 니말이 맞다. 아빠는 올해도 역시나 bad boy 신세 면피 못했다. 실은 수십여년 전으로 돌아가서, 산타 할아버지 얘기가 전부 다 뻥이라고 제대로 뒷통수를 얻어맞고 나서, 세상으로부터 당한 그 첫번째 사기의 휴유증이 오랫동안이나 가시지 않았단다. 아마 그때 이후로 아빠는 good boy 가 될 인센티브를 상실했었던 듯 싶다. 처음으로 인생이, 쓰더라.
너도 이담에 당해봐라, 이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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