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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善意)> 박경철 저는 우여곡절 끝에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한 환자가 있죠. 40대 초반의 여자였는데 위암이었죠. 하지만 이게 전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어요. CT가 그때만 해도 3cm 단위로 잘라져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암이 작으면 잘 보이지 않죠. 일단 보고를 드려야 했죠. 아침에 주임과장에게 이런 환자가 있었고 전이가 확인이 안됩니다 하고 보고를 드렸더니 배를 먼저 열어보고 전이가 되어있으면 닫고, 안 되어 있으면 수술을 하라고 하더군요. 근데 환자 보호자에게 동의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이런걸 환자에게 이야기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가족과 보호자를 이야기해봤더니 남편은 죽었고, 시댁식구들은 연락이 끊어졌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어 본인에게 직접 말씀을.. 더보기
<너와집 한 채> 김명인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 바다 온통 단풍 불붙을 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가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살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붙는 몸으로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 넣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픔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는 황토 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 더보기
<꽃> 이소라 피어라 피어 피는게 네 일인걸 지는건 걱정일랑 말고 피어라 피어 - 이소라 4집 앨범 자켓 더보기
말하는 사진들 사진이란 소리없는 이야기, 그 안에 정지되어 있는 영원. 더보기
화라지송침 어쩌면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참아내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지금 참아내고 있는 그 무엇으로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독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죄의식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거절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망상을 참아내는 사람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사람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참아내기도 한다. 누가 어떤 괴물같은 짓을 하더라도 그것을 누가 참아내고 있는가. 누가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는가.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말해주는 숨겨진 또 하나의 눈금일 것이다. - 이기호 中 * 화라지송침 : 소나무 옆가지를 쪄서 칡덩굴이나 새끼줄로 묶어 땔감으로 장만한 다발 더보기
<책의 등> 고영민 책꽂이에 책들이 꽂혀있다 빽빽이 등을 보인 채 돌아서 있다 등뼈가 보인다 등을 보여주는 것은 읽을거리가 있다 아버지가 그랬고 어머니가 그랬다 절교를 선언하고 뛰어가던 애인이, 한 시대와 역사가 그랬다 등을 보이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잠깐 다른 곳을 보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는 네가 부끄러울까봐 멋쩍게 돌아서주는 것이다 더보기
<다시 시작하는 천년의 동행, 숭례문> 김정기 더보기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더보기
<Goldfish Salvation> Riusuke Fukahori 더보기
<지금 청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김어준 "지금 청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최근에 여러 매체를 통해서 상담을 합니다. 지난 5년간 주로 20, 30대에게 메일로 고민 상담을 받았습니다. 하루 평균 20여 통, 지금까지 수만 통을 받았는데 결국 그 중 7할은 똑같은 얘기에요. 지금 나는 이러이러한 상태인데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요? 앞으로 뭘 할까요? 70퍼센트는 이런 메일입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 앞가림도 바쁜데 그 사람들이 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어떻게 알아 모르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될지는 모르는데, 그 사람들이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는 이유는 내가 알아요. 왜 모르느냐. 라캉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약간 유명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