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참아내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지금 참아내고 있는 그 무엇으로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독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죄의식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거절을 참아내는 사람들과 망상을 참아내는 사람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사람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참아내기도 한다. 누가 어떤 괴물같은 짓을 하더라도 그것을 누가 참아내고 있는가. 누가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는가. 그것이 우리의 현재를 말해주는 숨겨진 또 하나의 눈금일 것이다.
- 이기호 <화라지송침> 中
* 화라지송침 : 소나무 옆가지를 쪄서 칡덩굴이나 새끼줄로 묶어 땔감으로 장만한 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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