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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내동생 장가가던 날 "Love is blind. Marriage is the eye-opener." - Pauline Thomason 그리도 좋은가. 요즘 것들은 이런날에 긴장도 하지 않는다. 사실은 부러웠다. 한강에 있던 무슨 선상 웨딩홀. 결혼하기 참 좋았던 날씨. 하긴 비오는 날이었다한들 뭐 어땠으리. 다 좋은거지. 어느새 큰 며느리에게 마음을 의지하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새 각시 첫 삼년 혼쭐나게 교육시키시겠다던 그 시어머니의 옛 엄포는, 그렇게 세월속에 찬찬히 묻혀버렸다. 집안의 큰 날에 제법 맏며느리 포스를 풍기던 아내를 바라보며. 너도 예전에는 새파랗게 젊었던 날이 있었단다, 나즈막히 귀에 대고 속삭여 주고 싶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의젓한 모습으로 Ringboy로 데뷔한 다섯살 난 꼬마 앤드류. 꼴에 한.. 더보기
불꽃놀이 10월 30일. 결혼 날짜를 받아들고 동생 내외가 다시 미국에 들렸다. 그 다음날인 10월 31일이 다름아닌 우리 부부의 결혼 기념일이라는 것도 우연치고는 놀라웠는데, 때마침 박씨 하나를 물고 옛 흥부네를 찾아들었던 그 까치마냥, 이름 모를 진귀한 새 한마리가 다음날 오후 처마 밑에 걸려, 무슨 일인지 반갑게 울고 있다. 길한 징조다... 혼자서 되뇌였다. 앤드류를 자기 아이처럼 마음 써주는 예비 제수씨가 이미 벌써 가족의 일원이 된 느낌이다. 머리 검은 짐승이란 자기 이뻐해주는 것을 절대 모르지 않는다 했는데, 녀석 역시 태어나 얼굴 몇번 본적 없는 삼촌과 이모를 온 종일 귀찮을 정도로 쫓아 다닌다.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모난 어른들의 시선처럼 사람의 진심을 의심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혜안이 있다고 믿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