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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제주도 한국오느라 어지간히 지겨웠던 비행기를 또 다시 탑승. 그러나 처음으로 와보는 제주도라, 정말 모처럼 온식구가 함께하는 여행길이라, 기대 반 설레임 반. 고맙게도 모든게 신혼여행까지 뒤로 미룬 동생 녀석의 아이디어였다. 2주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맛집 중 하나로 주저없이 제주도 를 꼽겠다. 그 이름처럼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던 아담했던 식당안으로 들어서자 벽벽마다 빼곡히 명사들의 친필을 담은 글귀들이 손님들을 반겼다. 이곳 제주에서도 별 인기없던 바보 노무현의 담백한 한 마디가 메아리처럼 가슴을 울렸다. 그 바로 밑에 MB가 다녀간 사진을 덜컥 붙여놓은 건, 대체 주인장이 무슨 심보였는지 통 알 길이 없었다. 기분 상하던 찰나, 한상이 거하게 차려지더니 절로 감탄이 우러났다. 해륙진미의 .. 더보기
고목(古木) 대학 시절부터 20대의 전부를 타지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던 나의 곁에는 큰 어른같은 분이 계셨는데, 그 분 내외는 오랫동안 나와 와이프를 참으로 많이 아껴주셨다. 지금 돌이켜보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롤러코스터와 다름없던 내 젊은 날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보신, 아주 가까운 지인들도 차마 보지 못했던 나의 나약한 치부까지도 전부 알아버리신, 세상에 몇 안되는 분이다. 나에게서 나름 큰 비젼을 바라보시고는 물심양면으로 힘껏 도와주셨는데, 나는 끝내 그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었다. 내가 너무 잘난 줄 알아서, 아직 철없이 너무 어린 줄도 모르고, 나는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미끌어져도 다치지 않고 잘 넘어지는 방법을 그때까지 터득하지 못했었다. 결국 크고 작은 실수들이 겹겹히 쌓이며 난 그만 한없이 긴 나락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