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flections

비행운(飛行雲)






'관제탑 너머로는 이제 막 지상에서 발을 떼어 비상하는 녀석도 있었다. 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중력을 극복하고 있는 중일테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얼마 뒤 녀석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안도의 긴 한숨 자국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비행운(飛行雲)이라 부르는 구름이었다' 


- <하루의 축> 김애란












지금쯤이면 아직 우창이네 가족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들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막 백일이 넘은 도준이에게는 태평양을 넘나드는 장거리 여행이 많이 힘들테지만, 부디 곤하게 잠든 엄마 아빠를 너무 자주 깨우지는 말아주었으면 하는 조금 무리한 바람도 있다. 


늦은 밤에 공항에 와본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막연하게 한산한 공항을 기대했던 나는, 해가 저문지 한참이나 지난 LAX 가 주말의 명동 거리처럼 환하고 낯선 인파들로 붐비는 것에 잠시 놀랐다. 이 시간까지 이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떠나는 걸까. 늘 겪는 일이지만 공항에는 어떤 익숙한 노스텔지아가 매번 흐르고 있다.


그러나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더운 여름 밤 배웅을 나오는 일이라던가, 아까 좀 세게 안아주지 못한 어설픈 포옹이라던가, 출국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며 흔드는 마지막 손짓 인사까지. 그런 사소한 순간들로 우리는 늘 목이 메이고, 잘가라는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결국 혼잣말이 되버린다. 마치 안간힘의 흔적을 고요히 남기는 비행운(飛行雲)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그저 말없는 미소만을 서로의 하늘에 띄워줄 뿐이다.










 

'Reflecti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anksgiving  (0) 2013.12.06
Bacara @ Santa Barbara  (0) 2013.07.25
아기와 시바견  (0) 2013.06.27
아..빠..  (0) 2013.05.22
새해 인사  (0) 2013.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