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flections

아..빠..





이제 일곱달이 되어가는 둘째녀석의 최근 사진이 아닌, 첫째 앤드류가 그 무렵이었을 적, 그러니까 한 6년쯤 된 사진이다. 세월속에 차곡차곡 쌓여버린 수만장의 비좁은 사진들 사이를 컴퓨터로 뒤적거리고 있자니 생각보다 한참이나 걸렸다. 반면 와이프는 책장 모퉁이에 가지런히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던 첫째 녀석의 오래된 사진첩들 중에 하나를 금새 집어 내게 건네주었다. 아날로그는 때로는 이처럼 당혹스럽게 고마울 때가 있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 똑같잖아. 


잊었던 옛 사진들 숲을 헤매는동안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 닮은 두 녀석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라기보단 살짝 소름이 끼쳤다. 그외에는 모든것이 낯설고 다르다. 먼지나는 카펫을 전부 뜯어내고 일이층 마루공사를 한 것도 이 후였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냥 갖다버리자고 했던 오래된 낡은 소파. 젋었던 십년 이상을 함께해 온 남사스런 노랑색 가죽 소파도 아마 그 후에 와이프가 인터넷 어느 벼룩시장 같은 곳을 통해 싸게 처분할 걸로 안다. 


Augmented Reality. 마치 과거의 한 순간이 증폭하여 오늘 지금과 두장의 필름처럼 정확히 겹쳐져 보인다고 해야 하나. (쓰다보니 내 문체가 요즘 읽고 있는 소설에서 그 영향을 받는듯 싶다. 어설픈 하루키 흉내내기를 하고 있다. 지워 버리려다가 그냥 놔둔다.) 


암튼 둘째놈이 처음으로 말을 했다. (적어도 내게는. 와이프는 인정안함) 엇그제 사이로 어버버거리는 옹알이가 부쩍 늘더니, 오늘 잠시동안이었지만 아주 또렷히, 그것도 정확하게 내눈을 쳐다보며. 


아..빠.. 


난 눈이 둥그레져 옆에 같이 있던 앤드류에게 재차 확인하려 했다. 너도 들었냐고. 들었단다. 감격의 쓰나미. 


와이프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다. 정확히 말하자면 믿기 싫어하는 얼굴이다. 밤잠 설쳐가며 귀저귀 갈고 우유 쳐먹여놨더니 이놈이 이렇게 배신때리는구나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뒤늦게 애기 볼따구를 자기 얼굴까지 잡아 당기고서는, "엄~마 해봐, 엄~마", 시켜보지만, 그런 데니얼은 뜻모를 미소만 방긋 지어줄 뿐이다. 니 엄마한테 한번 찍히면 피곤한데. 둘째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렇고보니 앤드류는 엄마를 먼저 불렸었다. 그게 너무나 당연한거 아닌가 잠시 헛갈린다. 그때도 오늘처럼 작은 기록이라도 남겨 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시간은 여전히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있다.












'Reflecti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행운(飛行雲)  (0) 2013.07.13
아기와 시바견  (0) 2013.06.27
새해 인사  (0) 2013.01.11
그해 2012年  (0) 2012.12.31
생일선물  (0) 201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