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같은건 이젠 좀 그냥 조용히 지나치면 좋으련만 올해도 여지없이 저녁상에 하얀 케익이 놓여있다. 그리고 언제인가부터 케익위에는 내 이름 대신에 아빠라는 단어가 수놓여 있다.
애국가도 1절만 불러주는게 예의건만, 이놈의 집구석은 생일마다 꼭 1절은 영어 2절은 한국말로 부르는게 무슨 관행처럼 되어버렸다. 노래가 채 끝나기도 자기 생일이던 남의 생일이던 개의치 않고 일단 얼굴부터 들이대는 녀석. 촛불들을 꺼주며 아빠 대신에 무슨 좋은 소원이라도 빌어줬을라나.
녀석이 건네준 자그만한 상자안에는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는 이쁜 십자가 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녀석까지 집안 3대에나 걸쳐 보석상을 하시려나. 아빠는 의사가 더 좋은데... 속으로 부질없는 소리를 해본다.
그리고는 선물이 하나가 더 있다며 내민 봉투안에는...
예상했던 생일 카드는 없고 왠 돈이 들어있다. 그간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신 용돈이며 새뱃돈을 모아놓은 쌈지돈을 꺼내온 모양이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내며 왜 돈을 주냐고 물었더니, 아빠가 좋아하는 컴퓨터나 핸드폰이나 카메라 같은거 사란다. 자기는 그런거 어디서 사는지 잘 모른다고.
이렇게 또 한살 먹는다.
이제 6살 난 아들녀석에게 벌써부터 생일날 돈 받은게 자랑.
코묻은 어린애 돈을 진짜 받을꺼냐며 의아해하던 와이프 애써 무시하며 슬쩍 돈봉투를 챙긴건 안자랑.
이 나이에 생일같은건 그냥 지나쳤으면 한다는 말도 전부 취소. 싹수가 파란게 내년에도 한몫 챙길듯.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