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서면 금새
지나온 모래사장 발자국들이
흐릿하게 하나둘 지워져있다.
파도에 씻기어 바람에 부서진
어줍잖은 걸음의 자취들이
쓰린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몰래 흔적을 감추고 있다.
먼길을 걸었건만
또 가야할 길 멀리 남아
이따금 회고하는 일조차
달력을 보고서야 되새긴다.
함께 걸어온 사람들
아직 가까운 곁에
혹은 멀어진 거리를 두고
지나버린 시간속에 머물고 있다.
순간 만끽한 웃음도
잠시 아팠던 마음도
그저 넉넉했던 여유도
되려 상처되던 말들도
오래 감사할 배려도
내심 짧았던 생각도
모든 의미있던 시간들도
마지못해 서운한채
그 모습대로 고이접어
아쉬운 바다 너머로 날린다.
이제 곤한 몸
일상에 치이어
잠시나마 내 마음도
눈을 붙일 시간이다.
한 해가 또 뜨면
소소한 기억의 조각들을
처음 마음으로
다시 모으는 일을 시작하자.
바야흐로 내일은
내 생애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