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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Snow Valley 녀석은 내가 얼마나 이 날을 고대해 왔는지 알 턱이 없다. 작년에도 데리고 왔다가 끝내 한살만 더 먹으면 시키자고 벼르던 스키 강습. 지레 겁이라도 먹을까봐. 행여 다치기나 할까봐. 의외로 흥미를 느끼지 못할까봐. 아이들 수업에 부모들이 방해된다 쫓겨나듯 그리 먼 발치에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꼭 훗날에 오늘을 추억하고, 분명 아빠를 고마와할 날이 올꺼다, 이녀석. 단조롭기 그지없던 도심을 모처럼 벗어나. 꼬불거리던 숲속 어느 아담한 산장에 몇일 묵으면서. 밤이면 벌건 벽난로에 장작 타던 소리. 녀석이 잠들 무렵 이내 방안을 가득 채우던 마쉬멜로 굽던 소리. 거진 십년을 초보자 코스에서 낙엽밖에 탈 줄 모르던 몸치 아내는, 마침내 Toe Edge 를 연마하고 중급 코스 입문. 이제서야 새로운 세상을 보았.. 더보기
마음빚 가족이 하나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이 부모님에게는 이리 큰 기쁨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진작에 몰랐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무던히 이어지던 지난 밤, 도데체 몇 병의 와인들을 새로 꺼내 열었는지도 아무도 기억에 없다. 동생 내외가 떠나기 전 마지막 자리라는 생각에, 모두들 못내 남은 아쉬움들을 못이기는 듯 선뜻 자리를 먼저 뜨는 사람이 없었다. 늘상 헤어짐이란 것이 그렇듯,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가슴앓이를 매번 주고, 그 쓰리는 뒷맛은 목젖을 타 흘러내리는 와인처럼 매번 생생하고 진하기만 하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끝내,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식구들에게 겨우 눈치를 주고 단 둘만의 몇 분을 갖고서야, 그 아이에게 한번은 해 주었어야 했던 말, 어려웠던 몇 마디를 힘겨이 꺼냈다. 동생의 지난 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