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하나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이 부모님에게는 이리 큰 기쁨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진작에 몰랐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이 무던히 이어지던 지난 밤, 도데체 몇 병의 와인들을 새로 꺼내 열었는지도 아무도 기억에 없다. 동생 내외가 떠나기 전 마지막 자리라는 생각에, 모두들 못내 남은 아쉬움들을 못이기는 듯 선뜻 자리를 먼저 뜨는 사람이 없었다. 늘상 헤어짐이란 것이 그렇듯,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가슴앓이를 매번 주고, 그 쓰리는 뒷맛은 목젖을 타 흘러내리는 와인처럼 매번 생생하고 진하기만 하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끝내,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식구들에게 겨우 눈치를 주고 단 둘만의 몇 분을 갖고서야, 그 아이에게 한번은 해 주었어야 했던 말, 어려웠던 몇 마디를 힘겨이 꺼냈다. 동생의 지난 날을 무작정 덮어주어서가 아닌, 그 상처를 보담아 주는 마음 씀씀이가 참 고마웠다. 행여나 기고만장해질 것을 우려하여 가족들 모두 참았던 말, 어쩌면 동생 본인도 아직까지 목에 걸린 사리마냥 내뱉지 못했던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는, 아니 그래서 누군가는, 꼭 해 주었어야 할 말이었다. 미흡하게라도 그 마음의 빚은, 그냥 없는 셈으로, 혹은 차마 못본 셈 지나갈 수 없는 일이었다.
새해 소원으로 결혼하여 아이를 갖고 싶다 했던 그녀에게, 나는 정말 잘 살기를 바란다고, 형이라는 사람이 고작 할 수 있는건 겨우 그거라고 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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