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녀석이 태어나던 날,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소원했었다. 이듬해 들어서서는 "착하고 바르게만 커다오" 라며 주문을 어느새 바꾸었다. 올해, 이제 막 들어간 지 한달 채 안되는 동네 어린이 축구팀에서 녀석을 내 마음대로 탈퇴시켜 버렸다. 나이도 더 많은 큰 애들 사이에서 같이 뛰기에는 아직 조금 힘겨운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적응이 필요하고 아직 이르니 좀 더 계속 시켜보자는 와이프의 만류에,
"난 내 아들이 딴 애들 들러리 서는 꼴은 못 본다."
무심코 내뱉은 말에 나 자신도 조금 놀랐었다. 내 안 깊숙히 내재된 속물 근성이 여실히 드러난 꼴이라니. 다시 주워담지 못할 말에 스스로 많이 부끄러웠던 일이었다.
나는 진정 내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추운 겨울날 밖에서 거지에게 제 외투를 내어주고 집에 들어왔다는 녀석을 난 자랑스러워 할까 아니면 미련하다 꾸짓을까.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를 결국 못 본체 못하고 업어오면 내 아들 정말 훌륭하구나 머리를 쓰담아 줄까, 행여나 당장 내다 버리라고는 하지 않을까. 비오는 거리에서 먼저 우산 같이 쓰자는 호의마저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세상에 깊은 염증을 느끼면서도, 정작 그 이기적인 세상의 중심에 다름 아닌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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