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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그 남자의 시계







이 사진의 이상한 점은?


이승철이 시계를 오른쪽 손목에 차고 있다. 이건 실수가 아니다. 원래는 왼쪽에 차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계를 협찬했던 회사쪽에서 방송을 모니터링하다가 카메라의 앵글 때문에 자사 시계가 전혀 노출되지 않자, 급하게 이승철 측에게 연락하여 바로 오른쪽에 바꿔 착용할 것을 요구했단다. 심사중에 늘 버릇처럼 오른손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제스쳐까지도 전부 고려했던 모양이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내가 아는 이유는?






별나라 얘기 하나 더.


우리나라에는 부자들이 참 많다고 한다. 유럽 최고가 명품 시계 반열의 한 브랜드 총판 책임자로 있으면서, 회사에서 대여 해준건지 거져 준건지 알수 없는 1억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는 내 동생말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남자의 양복, 구두, 그리고 시계 정도를 대충 보면 소위 견적이 나오는, 그러니까 그 남자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특히 최고급 시계의 경우에는 굳이 생활에 필수품도 아니기 때문에, 종종 서민들도 한두벌 갖고 있음직한 아르마니 양복 쯤이나 페라가모 구두 정도와는 달리, 상류층의 좀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진짜 있는 '분'들과 그냥 좀 있는 척하는 '놈'들을 구별짓는 결정적인 잣대로 사용된다고 한다. 21세기 한국형 계급주의의 바로미터가 결국 시계인 모양이다. 하긴 커피숍 안에서 누굴 만나는데 밖에 주차장에 세워둔 자기 BMW를 지갑에서 꺼내 보여줄 순 없을테니, 오직 남자의 뽀대는 시계가 왕인 것이다. (참고로, 남자 와이셔츠의 최적 팔 기장은 본인의 시계 액면이 보일락 말락 자연스럽게 반쯤만 보여야 된다나.)





동생이 맡고 있는 브랜드는 올해도 일찌감치 최고 연매출액을 갱신하고 있다고 한다. 비쌀수록 더 잘 팔리고 물건이 없어 못판다고 한다. 전세계를 불황의 나락으로 이끌고 오늘날까지 그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를 한국은 고스란히 피해 가는 형국이다. 그게 아니라면, 서민 경제와는 애시당초 상관없는 극소수를 겨냥한 귀족 마케팅이 제대로 주효한 것이던가. 미국 MBA 강의에서도, 이른바 1%의 상류층 고객만을 타겟으로 하는 노블(Noble) 마케팅의 성공 케이스로, 부끄럽게도 한국의 지난 IMF 때의 경이로운 고가 사치품 내수 판매 실적을 분석한다고들 한다. 전체 20%의 구매층이 80%의 물량을 소비하는 반 경제학적 현상은 이미 오래전 한국에서 검증 받은 셈이다.





나 또한 민족의 폼생폼사, 그 고귀한 피가 흐르고 있는 한국인이다.

나이들면서 그런 겉멋이 가진 의미가 점점 희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출퇴근 외에는 아무짝에 필요없는 노란색 페라리가 옆을 지나치면 절로 눈길이 따라가고, 내 돼지 목에 진주를 달아주고픈 심정으로 때때마다 EOS 5D Mark II 가격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뒤져본다.





그렇다가 이런 사진도 발견한다.


















손교수 시계에서 광채가 난다. 과연 이 사진의 이상한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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