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트위터에서 어느 교수님이 이르시기를, 인생에서 남자가 조심하여야 할 세가지로, 초년성공(初年成功), 중년상처(中年傷處), 말년무전(末年無錢)을 꼽으셨다 한다. 나는 때때로 현인들의 지혜가 담긴 말씀들을 접할 때마다, 무언가 따갑게 정곡이 찔리는 아픔을 매번 참아내야 한다. 나 들으라고 하신 말씀은 아닐진데, 애써 위로하면서.
예전부터 나도 남자에 대한 변변찮은 지론이 하나 있는데, 내 생각엔 자고로 남자란 뭐니뭐니해도 포스가 있어야 한다, 뭐 이래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카 빙의는 이젠 생활습관이 되어버렸다.) 아직까지 나이가 어려 영화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게임만으로도 스타워즈와 주인공 이름들을 두루 섭렵한 내 아들 녀석도 이미 '포스'를 익히 잘 알고 있다. 남자가 포스가 있으면 형형색색의 레이져 광선검을 사용할 수 있으며, 손 안대고도 물건들을 이리저리 날려버릴 수 있는 초능력적인 슈퍼파워가 생긴다는 것이 녀석의 설명이다. 추가로, 야채과 과일을 많이 먹으면 포스가 급상승하는 효과가 있단다. (이건 안봐도 와이프가 사기친게 분명하다.)
사실 녀석의 말이 크게 틀린 것만도 아니다. 파이팅과 더불어 콩글리쉬의 쌍두마차격인 포스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English 니까. 녀석이 알고 있는 뜻이 아마 맞을거다.
살다 보면, 그냥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 기억 속에는 차분히 친분을 쌓은 이도 있고, 더러는 그냥 스치듯 지나쳤던 이름 없는 사람도 있다. 평생을 알아왔어도 찰나의 기억마저 남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면, 찰나의 인연이 전부인데 평생에 잊혀지지 않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런 몇몇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어떤 아우라를 느꼈던 듯 싶다. 그것이 초나라 노자가 일커렀던 기(氣)던, 서양의 기독교에서 유래된 카리스마(charisma)던, 뭐라고 부르던 간에, 그냥 존재감으로 상대를 조금 주눅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는 그런 사람들 중에는 특별히 풍채가 거대하다던가 주먹 꽤나 쓸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내가 그들에게 느꼈던 그 '내공'은 단지 겉모습으로 잠시 눈속임을 쓰는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그 아우라는 직접 체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쉬이 말로 형용할 것이 되지 못하는, 그래서 인간의 언어영역 밖에 존재하는 그런 것이다. 마치 거지옷으로 바꿔입은 왕자님을 마을 사람들이 금새 다 알아보듯, 마치 3개월 속성과정으로 토익 만점 받은걸 자랑하는 사람들 실력이 보나마나 다 도긴개긴이듯.
그 아우라는 하루이틀에 걸쳐 쌓을 수 없는 것들이다. 달랑 나무 작대기 하나 들고 눈빛만으로도 사자 무리를 쫓는 일은, 어설프게 흉내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