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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Cupcakes 몇일전부터 와이프는 유치원에 무슨 행사가 있다면서 부산을 떨었다. 공들여 녀석의 셔츠 하나에 커다란 100자를 손수 새겨 놓은 것이, 유치원 입학 100일 축하 파티란다. 졸업도 아니고 입학 100일이 무슨 파티꺼리인가. 반친구들과 나눠먹을 컵케이크들이 막 오븐에서 나왔는지, 집안은 온통 카스타라 향으로 가득이다. 엄마는 스물네개 갓 구워진 빵 위에 연한 크림으로 장식을 꾸미고, 녀석은 싱글벙글 연신 스프린클을 사방에 뿌려대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끝끝내 내일까지 참지 못하고 결국 하나를 집어들어 시식을 하고야 마는 녀석. 와이프는 유난히 엄마의 부엌일을 거들어주기 좋아하는 녀석을, 오래오래 마치 딸 삼아 사는 날이 앞으로 많을테다. 셔터를 눌러대다 웃음이 터진 나는, 녀석 입가에 뭍어 남은 크림 자국.. 더보기
Snow Valley 녀석은 내가 얼마나 이 날을 고대해 왔는지 알 턱이 없다. 작년에도 데리고 왔다가 끝내 한살만 더 먹으면 시키자고 벼르던 스키 강습. 지레 겁이라도 먹을까봐. 행여 다치기나 할까봐. 의외로 흥미를 느끼지 못할까봐. 아이들 수업에 부모들이 방해된다 쫓겨나듯 그리 먼 발치에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꼭 훗날에 오늘을 추억하고, 분명 아빠를 고마와할 날이 올꺼다, 이녀석. 단조롭기 그지없던 도심을 모처럼 벗어나. 꼬불거리던 숲속 어느 아담한 산장에 몇일 묵으면서. 밤이면 벌건 벽난로에 장작 타던 소리. 녀석이 잠들 무렵 이내 방안을 가득 채우던 마쉬멜로 굽던 소리. 거진 십년을 초보자 코스에서 낙엽밖에 탈 줄 모르던 몸치 아내는, 마침내 Toe Edge 를 연마하고 중급 코스 입문. 이제서야 새로운 세상을 보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