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쌀쌀했던 정월의 저녁바람을 타고 뒷마당 숯 지피던 연기가 구름따라 피어 올랐다. 홀로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집어들고 떼깔 좋은 갈비 익어가는 냄새나 안주 삼아 손님맞이를 하련다. 오랜만에 집 안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참 정겨운 사람소리.
구정이면 조촐하게나마 미국에 계신 친지들을 집에 모시곤 했던,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세배를 드리고 세배를 받고, 찬을 즐기며 덕담을 나누는 소소한 것들이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어색한 일들이다. 구태어 거창한 수식어 없이나마 이런 작은 것들이 되물림 되기를 원하는 어른들의 간절한 눈빛들이 차마 애처롭기마저 하다. 나 역시 그간 전화로 안부 한번 여쭙는 일을 게을리한 터, 꼬박 일년만에 다시금 일가 친척들 얼굴을 뵙자니 죄송스러움이 마음속까지 사무쳤다.
자칫 내 반가움까지 거짓으로 내비친건 아니였을런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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