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 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 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여 들리나니 대지의 고백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
- '눈길' by 고은
" It's snowing, 아빠! "
지난 나날들이야 다 어떻든 무작정 모든것을 덮어버리면 잠시나마 마음까지 하얗게 평온이 쌓인다. 그래서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소복히 내려앉은 눈을 보노라면 가끔식이나마 즐거운 최면이 된다. 그 즐거움을 감당하기 어려워, 겨울 내내 집안에서도 난방없이 못살던 우리네들은, 갑자기 조금 추운것도 개의치 않게 된다.
마음이 앞서 장갑없이 한손 가득 잡아든 눈에 손이 시리다며 녀석이 또 그렇게 인생을 배워간다. 눈이 푹신해서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거라 일러주니, 아예 대놓고 드러누워 파란 하늘 구름을 센다. 겨울바람 가르며 썰매도 타보고, 샛눈으로 옆사람 따라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도망치기 급급한 엄마와 그 쥐방울만한 손으로 눈싸움도 해본다. 볼품 없이 비싸기만 했던 그 햄버거 한조각도 하얀 산바람 맞으며 한입 물어보니 자연의 레시피 바로 그맛이다. 이제 댓살 되어보이는 꼬마 형아들이 스키강습 받는 모습을 한참이나 진지하게 바라보던 녀석. 누구를 닮아 겁이 그리 많은지, 내년에 4살되면 가르쳐주마 약속해주니, 말없이 고개만 절레절레한다.
모든것이 처음인 녀석에게는 그 모든것이 첫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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