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감정사 자격증 2차 실기를 위해 와이프가 사흘 집을 비웠다. 떠나기 전날 밤, 어리둥절 당황해 하는 녀석에게 돌아오면 장난감 큰것 하나 사주겠다고 토탁거리며 일단 달래본다. 다른 아빠들은 몇일 아이 혼자 보는일이 대수롭지 않은 모양인데, 아직 나에게는 큰 산마냥 버거운 도전이다. 별도리 없이 녀석과 함께 일단 부모님댁으로 피신했다. 워낙에 쾌활한 성격이라, 엄마가 있던 없던 밥도 여전히 잘 먹고,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도 부리고 그리 잘 노는듯 보였다. 문득문득 엄마가 생각나는지 녀석의 표정이 우울해 보인다는 할머니의 말씀도 그냥 기우려니 했다.
둘째날, 늘 엄마와 등교하던 녀석이 이틀째 아빠 차로 아침길을 나서니 뭔가 석연찮은 기운이 얼굴에 비친다. 뒷자리에 앉아 한동안이나 말없이 창문만 내다보던 녀석이 대뜸 한마디 내뱉었는데, 운전길이라 잘 들리지가 않는다.
"안들려, 뭐라고?"
"앤드류가 엄마 보고싶어"
"... 음, 그래"
"엄마도 앤드류 보고싶어? 아빠?"
"... 음, 그럼"
뭐라 대꾸를 해 주어야 되는데, 하루만 더 기다리면 된다는 식의 강요스런 주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아빠 혼자서는 애써도 결국 반만큼의 사랑밖에 줄수 없다는 무력감이 깃든다. 신이 태초에 인간을 암수한몸으로 창조하지 않은, 어떤 원대한 이유가 꼭 있을꺼라 믿으며, 어느새 보고 싶다던 엄마보다 받고 싶은 장난감 얘기에 흠뻑 빠져 방긋 웃어대는 녀석 입가가 백미러에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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