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한 아이의 아버지로써 주어진 숙제 중 하나는, 아이의 자아가 생성되기도 전 이미 잃게 될, 그의 생 가장 첫부분의 기억들을 대신
기록하는 일이다. 조그만 흔적이라도 남긴다면, 훗날 아이의 무의식속에 행여나 옛 기억들을 희미하게나마 떠올릴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른 아침 몽롱한 꿈처럼. >
Water of Life Preschool presents 'Angel Angel What do you see?' (12-14-2009)
크리스마스 학예회라니.
이제 겨우 3살 반 된 녀석 본인보다 부모인 내게 더 의미있는 날이었다. 체험하기 전까지 실감할수 없는 일, 학부형이 된다는 느낌이 참 오묘하다. 심장이 두근거리다가 갑자기 눈물이 날듯 싶고, 초조한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 씁쓸하고 달콤하다. 부모된 자 마음이란게 다 똑같이 않으랴, 130 여명 되는 어린 꼬마들이 준비한 저녁 행사가 열린 학교앞 예배당 입구가 그야말로 인산인해, 여느 송년회 못지 않게 들뜬 얼굴들에 웃음이 가득하다.
나름 일찍 도착해야겠다 서둘러 보았지만 맨 뒷줄이나 겨우 앉게 되었다. 무대에서 너무 먼 좌석부터 투덜투덜, 만족치 못한 실내 조명부터, 나름 거금주고 장만했던 애꿎은 내 Canon G9 의 줌거리를 탓하며, 하마터면 앞자리에서 어지간히 깔짝거리며 내 셔터질에 뒤통수를 들이대는 남의 애 부모를 한대 쥐어박을까 성질도 났다. 결국 제대로 건진 사진 한장 없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내 자신을 위로한답시고 이참에 Nikon D5000 눈 딱 감고 질러야지 마음먹으며 쓰린 마음 달랬다.
한두어살 더 먹은 형아들에게 밀려 주인공은 아닌 백댄서로 무대에 입장했지만, 홈메이드 코리안 바가지 머리 스타일과 더불어 과도하게 오바한 엄마표 나비 넥타이 튀는 코디 덕분에 더러 혹자는 무대 첫줄 정중앙에 선 녀석이 보컬 솔로쯤 하나보다 잠시나마 오해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춤추고 노래하며 자기 파트 끝까지 열심히 해낸 녀석이 그리 기특할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한국말만 가르쳐 버릇해서 영어 한마디 못했던 녀석 불안한 마음 졸이며 학교 보낸것이 불과 몇달 전 일인데, 무슨 뜻인지는 아느지 모르는지 벙긋벙긋 캐롤을 잘도 부른다. 얼마 전부터 집에 돌아오면 혼자서 읊어대던 영어 비슷한 그것이 "Angel! Angel! What do you see?" 연습하는거였구나.
녀석이 자꾸 자란다. 내 카메라 셔터보다도 빨리. 벌써부터 잊혀져가는 녀석의 옛 모습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억지로라도 선명한 기억를 남기기를 노력해 본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 밤 주인공은 녀석이었고, 머지않아 내 기억도 그렇게 잘못 기억된다 치더라도 괜찮을듯 싶다. 살짝 포커스 나간 내 사진들처럼 흐릿하게나마 즐거운 기억들이라도 남으면 그걸로 족하다.
Water of Life Preschool presents 'Angel Angel What do you see?' (12-14-2009)
크리스마스 학예회라니.
이제 겨우 3살 반 된 녀석 본인보다 부모인 내게 더 의미있는 날이었다. 체험하기 전까지 실감할수 없는 일, 학부형이 된다는 느낌이 참 오묘하다. 심장이 두근거리다가 갑자기 눈물이 날듯 싶고, 초조한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 씁쓸하고 달콤하다. 부모된 자 마음이란게 다 똑같이 않으랴, 130 여명 되는 어린 꼬마들이 준비한 저녁 행사가 열린 학교앞 예배당 입구가 그야말로 인산인해, 여느 송년회 못지 않게 들뜬 얼굴들에 웃음이 가득하다.
나름 일찍 도착해야겠다 서둘러 보았지만 맨 뒷줄이나 겨우 앉게 되었다. 무대에서 너무 먼 좌석부터 투덜투덜, 만족치 못한 실내 조명부터, 나름 거금주고 장만했던 애꿎은 내 Canon G9 의 줌거리를 탓하며, 하마터면 앞자리에서 어지간히 깔짝거리며 내 셔터질에 뒤통수를 들이대는 남의 애 부모를 한대 쥐어박을까 성질도 났다. 결국 제대로 건진 사진 한장 없이 빈손으로 돌아오는 내 자신을 위로한답시고 이참에 Nikon D5000 눈 딱 감고 질러야지 마음먹으며 쓰린 마음 달랬다.
한두어살 더 먹은 형아들에게 밀려 주인공은 아닌 백댄서로 무대에 입장했지만, 홈메이드 코리안 바가지 머리 스타일과 더불어 과도하게 오바한 엄마표 나비 넥타이 튀는 코디 덕분에 더러 혹자는 무대 첫줄 정중앙에 선 녀석이 보컬 솔로쯤 하나보다 잠시나마 오해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춤추고 노래하며 자기 파트 끝까지 열심히 해낸 녀석이 그리 기특할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한국말만 가르쳐 버릇해서 영어 한마디 못했던 녀석 불안한 마음 졸이며 학교 보낸것이 불과 몇달 전 일인데, 무슨 뜻인지는 아느지 모르는지 벙긋벙긋 캐롤을 잘도 부른다. 얼마 전부터 집에 돌아오면 혼자서 읊어대던 영어 비슷한 그것이 "Angel! Angel! What do you see?" 연습하는거였구나.
녀석이 자꾸 자란다. 내 카메라 셔터보다도 빨리. 벌써부터 잊혀져가는 녀석의 옛 모습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억지로라도 선명한 기억를 남기기를 노력해 본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 밤 주인공은 녀석이었고, 머지않아 내 기억도 그렇게 잘못 기억된다 치더라도 괜찮을듯 싶다. 살짝 포커스 나간 내 사진들처럼 흐릿하게나마 즐거운 기억들이라도 남으면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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