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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vers

Last Lecture : Randy Pausch


  

Carnegie Mellon University McConomy Auditorium @ September 18, 2007


몇년전 Youtube에 큰 주목을 받은 영상이 있었다.

췌장암 말기로 1년 남짓의 마지막 남은 생을 선고받은 Carnegie Mellon 어느 대학교수가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말그대로 'Last Lecture'를 전한다. 그러나 예상했던 시한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아주 의연하고 밝은, 심지어 유머러스하기까지한 그의 모습만 영상 내내 잡힌다. 스스로의 상황을 애써 감추려, 부인하려 하지도 않고, 얼마 남지 않은 본인의 여생에 놀라울 정도로 담대하고 솔직하다. 오히려 바라보는 이들을 더 숙연하게 만드는 그는, 생기가 돌도록 살아있었다. Carnegie Mellon 대학은 전통적으로 퇴임하는 교수가 교직을 떠나면서 '마지막 강의'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이번에는 그 '마지막'의 의미가 사뭇 더 진지할수 밖에 없었다.

  • We can't change the cards we're dealt, but just how we can play our hands.
  • Brick walls are there for a reason: They let us prove how bad we want things.


동영상 이후 교수의 자서전적인 저서도 발간되어 New York Times Best Seller로 등극하는데, 부모된 자로써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케한 가치있는 책이었다. 아이의 창의성을 억제하는 부모의 습관적인 제제들, 단지 사회가 그것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적 금기들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꼬마때 자기방 벽에 사방으로 마음껏 낙서와 그림들이 허용되었던 그가, 후에 부모가 되어 이제 막 구입한 고급 승용차에 아이가 실수로 아이스크림을 흘리고 지레 겁먹자, 호탕하게 자기도 콜라 한컵을 조수석에 쏟아부으며 함께 웃어넘길줄 아는 아량있는 어른이 된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거다. 싫으나 좋으나 부모의 유산은 결국 아이에게 주는대로, 주는만큼만 계승되는 것일테니. 

삶의 다른 모든 소사가 그러하듯, 그리 안타까웠던 교수의 생을 내 일처럼 슬퍼한것도 잠시. 그후 나는 또다시 내 생활에 바빠지고, 불과 얼마전에서야 교수의 생사가 불현듯 궁금하여 구글링하니, 결국에나 큰 이변은 없었고 예고한대로 1년도 채 되기전 48세라는 길지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것을 알게되었다, 그것도 빨리도 1년후에서야. 마치 지인의 장례를 뒤늦게 알아버린 모양, 나는 알수없는 죄책감 비슷한것에 기운이 빠지며, 내가 살면서 느끼는 나름 솔직한 감정들이라 치부하는 일들이 그 얼마나 즉흥적이고, 진솔치 못하냐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이 자괴감마저도 얼마나 즉흥적이고, 진솔치 못한 감정일까. 솔직함은 수시로 경솔함과 함께 오는듯하다.

늦게나마 고인의 넋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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