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al Day Weekend를 Solvang에서 보내게 되었다. 마침 아끼는 후배 녀석 커플도 짬을 내어 LA로 내려와 동행하니 3시간 넘는 드라이브도 덜 지루하였고, 무엇보다 앤드류가 저를 엄청 이뻐해주는 태권도 삼촌을 오랜만에 보게되서인지 출발 전부터 잔뜩 신나있었다.
100여년 전 덴마크에서 이주한 몇몇이 당시로도 헐값에 거저 사다시피한 불모지에 삼삼오오 모여 마을을 짓고 개간하였더니 어느덧 남가주의 명소가 되어있었단다. 이국적인 풍경과 더불어 시선이 가는 곳곳마다 그들 역사의 흔적도 함께 새겨져 있었다. 마을만큼 연로해 보이는 말 두필이 이끄는 마차에 몸을 싣고 큰 삼거리를 거닐 때나, 머리에 맞지도 않는 빨간 헬멧 뒤집어쓴 앤드류를 앞에 태우고 'Surrey Bike' 페달을 같이들 밟으며 좁은 골목길을 다닐 때도, 구석구석 낯설고 뾰족한 지붕들이며 풍차 달린 집들이 커브길마다 우리를 반겨줬다. 주민들의 소매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수구적인 도시정책 덕분에, 하물며 해외를 나가도 어렵지 않게 찾는 그 흔하디 흔한 Starbucks는 커녕, 편의점이나 마켓 체인점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몇대째 물려받은 가업들이라 그 형색들이 조금 남루하기까지한, 그래도 그 안에 들어서면 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수공예품들이 즐비했다. 덴마크 전통적 먹거리 명물인, 양배추에 곁들인 Sausage & Meatball이라던가, 발음하기도 힘든 'Aebleskiver' 이라는 딸기잼 얹힌 Danish Pancake도 모든게 이색적이다.
연휴에 몰린 관광객들 때문에 막바지에서야 어렵게 예약한 숙소가 꽤 넓직하고 청결하여, 때마침 온종일 지친 우리가 그나마 편하게 밤을 즐길 수 있었다. 혹시나 몰라 가져가 본 삼결살에 요즘 유행하는 막걸리 한 잔 걸치니 조금 느끼했던 점심까지 싹 다 가신다. 미국 온지 어언 20년인데도, 이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Korean 이구나 하며 모두들 웃었다. 그토록 뜨거웠던 낮의 해가 가라앉고 제법 쌀쌀한 저녁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 벽난로를 지피고 일찍감치 앤드류와 약속한 marshmallow 구워먹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불 무서운 줄 모르고 어른들 따라 굳이 직접 해보겠다고 나선 녀석은 제 얼굴이 벌겋게 익는 것도 잊은체 여름밤 장작 타는 소리에 빠져 들어간다. 마침내 곯아떨어진 녀석을 방안 침대에 재워놓고서야, 아까 낮에 사놓았던 이 지역 유명 와인이라는 2005년산 'Zaca Mose'를 오픈했다. 적당히 젖은 코르크 향이 좋아 기념으로 집에 가져온다는걸 깜박했음을 이제서야 기억한다. 다들 피곤한 몸인데도, 오랜만의 휴가를 그냥 잠으로 보내기는 아까운듯 생전 잘 치지도 못하는 화투패를 붙잡고 웃고 떠들고 그리 새벽녘까지 지새웠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니, 이미 와이프는 어제 다 못 본 상점들을 구경하려 나갈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아침도 먹을겸, 고유명사인 'Danish' 빵 한조각을 이 동네까지 와서 안먹어보면 나중 서운할 것은 당연지사, 골고루 시켜본 여러가지 중에서도 'Apple French Toast' 맛은 일미였다.
느긋하게 Check-Out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는 마치 연휴의 끝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는 듯 답답하게 정체되어 있었다. 어제 올라오는 길에 보았던 시원스런 바닷가를 교통 체증도 피할겸 들려 보았다. 모두들 잠시 소년이 되어, 혹은 소녀가 되어, 신발을 벗어던지고 바지가 조금 젖는것도 개의치 아니하고 차가운 바닷물에 풍덩 무릎까지 적신다. 까르르 까르르 어쩔 줄 몰라 좋아하는 앤드류 웃음 소리가 얼핏 파도 소리와 장단을 마추고 있다.
그렇게 또 우리의 뜨거운 여름은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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