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ghty percent of success is showing up."
- Woody Allen, <Love and Death>
일주일 내내 와이프가 집을 비웠다. 공인 보석 감정사 마지막 실기를 위해 떠난 그 빈 자리를 이번에도 녀석이 무사히 버텨냈다. (사실은 녀석이 아니고 내가 잘 버텨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간혹 엄마가 보고싶다는 한숨어린 귀여운 푸념 말고는 별다른 탈없이 잘 지내주어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울 지경이였다. 아빠와 단 둘이서 무더운 초여름 더위를 식혀보려 아이스크림 샵도 들렸다가, 어떤날엔 녀석이 좋아하는 장난감 가게도 구경갔다 어떨결에 또 하나 사주고 말았다. 화요일엔 먼지 뒤집어 쓴 지저분한 내 차를 닦아주겠다고 호스를 들고 나서고, 선선한 다른 저녁에는 녀석의 세발 자전거를 이끌고 나와 할아버지 집 동네 한바퀴를 도는 일도 마냥 즐거웠다. 녀석이 점점 더 의젓한 boy가 되어가는듯 해 흐뭇했다. 그럼에도 한주의 일상을 돌이켜보자니, 녀석이 막상 크게 웃어준 일은 불과 하루의 몇 순간들뿐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쯤 녀석을 데리러 학교에 도착하면, 오후 수업을 마친 녀석이 늘상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고있다. 잠시나마 한편에서 녀석이 노는것을 조용히 지켜보길 원하는 내 마음을 몰라주고 금새도 나를 발견하더니, 마치 기다렸다듯이 하던 모든것을 미련없이 던져 버리고는 숨가쁘게 달려와 두팔 벌리고 내 품에 안긴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녀석의 숨기지 못하는 반가움과 기쁨을 엿볼수 있다. 그리고 매번 그 찰나의 포옹속에는 녀석의 하루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좋았던 일이던, 속상했던 일이던, 나는 아빠니까 말없이 알 수 있다. 나의 아버지가 그리하셨고,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께서 또 그리하셨을듯이.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지 그곳에 서 있는것, 녀석이 기다리는 곳에 늦지 않게 나타나 주는것, 그것이면 이미 누구말대로 80%는 이룬것이나 다름없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단 한가지 같은 숙제만을 똑같이 나누어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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