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 중턱을 넘기고서야, 처음으로 오늘 건강 종합 검사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해를 거르지 않고 유행하는 감기란 모조리 다 걸리고, 조금 과식이라도 하는 날엔 어김없이 먹은 것을 체하고 몇일간 굶어가며 고생하는 나를 두고, 주위에서는 늘 걱정의 시선들을 보내왔다. 병원 문 들어서는 것을 어지간히 싫어하는 나는, 제발 검사 한번 받아보라는 가족들의 간절한 부탁을 몇해 동안이나 외면해 온것도 사실이다. 아직 젊다라는 뜬구름 같은 믿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그냥 모르고 사는게 약이려니 했다.
무슨 혈액 검사를 얼마나 하려는지 피를 3통이나 뽑아낸다. 전신 마취라 아무 느낌도 없을거라 약속한 시작전 간호사의 말과는 달리, 위내시경 내내 구역질과 통증을 참아내느라 10분 남짓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대장 검사는 항문으로 한다던데, 오늘 안하기를 천만 다행이다.
"마취가 잘 안듣는 체질이신가 봐요."
"그렇군요."
간호사를 갑자기 한대 쥐어박고 싶어졌다.
일주일 후면 내 몸의 성적표가 발표된다. 과음은 안하는 편이지만, 10년 넘은 애연가에다가 콜라 커피를 물 대신 섭취하는 불량한 몸이었으니, 조금 걱정이 되는것은 당연하다. 이기적이었던 나는 이제서야 내몸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뉘우친다. 나를 가장 소중히 생각해주는 이는 정작 내 자신이 아니라, 내 가족들이었음을 불현듯 깨닫는다.
그러니까 각설하고,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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