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한 아이의 아버지로써 주어진 숙제 중 하나는, 아이의 자아가 생성되기도 전 이미 잃게 될, 그의 생 가장 첫부분의 기억들을 대신 기록하는 일이다. 조그만 흔적이라도 남긴다면, 훗날 아이의 무의식속에 행여나 옛 기억들을 희미하게나마 떠올릴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른 아침 몽롱한 꿈처럼..>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와 바닷가 가서 오랜만에 활어 드시겠다고 Redondo Beach에 당도하니, 녀석이 3살 되기 몇달전 처음 바다를 본 셈이다.
역시나 기대대로 부응치 않고, 바다는 안중에 없는듯 보자마자 갈매기때들만 쫓아다니기 바쁘다. 한동안이나 뛰어다니다 문득, 그제서야 바다가 눈에 들어오나. 내가 물속에 고기가 살고있다고 하니까, 녀석이 자꾸 어디있냐고 꼬치꼬치 물어본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냥 아는거지, 직접 본적이 있었나. 어떨결에 또 거짓말을 한 셈이다. 내가 철떡같이 진리로 아는것들 중, 눈으로 확인 안된것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못내 씁쓸하다.
녀석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 광활한 바다는 대체 어떤 느낌일까.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뒤에 무엇이 있나 궁금했을까. 하늘과 바다가 닿는곳에 그 둘이 만날까 상상했을까? 나는 내 잃어버린 그 수많은 호기심들이 그립다, 사무치도록.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녀석이 조금 지쳐보이는게, 혹시 fish 못 본것에 혼자 투덜거렸던건 아닌지 알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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