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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 Daniel

아이의 눈




녀석이 태어나기 전부터, 와이프랑 다짐 한가지 한것이 있다. 우리는 남들처럼 과외니 뭐니 아이 혹사시키지 말자는 것이었다. 어느덧 3살이 넘어 이제 Preschool를 보내다보니, 벌써부터 주위 학부형들 (한국 학부형들임을 강조해야될듯) 뜨거운 교육열 수다에 무조건 귀 막고 살수도 없는 노릇, 와이프가 점점 무언의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는 모양이다.

"우리도 뭐 하나 가르쳐야 되지 않을까?"

"아니."

나야 남자다 보니 그 메섭다는 치맛바람 몸소 체험한 바 없어 쉬이 0.3초 이내 대답 가능한 모양이다. 불과 몇년후부터면 좋던 싫던 지겹도록 해야할 공부를 녀석에게 하루라도 일찍 스타트시킬 의향이 전혀 없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공부로 인생 쇼부내려는 우둔한 구식 테크트리를 내 아이에게 가르칠 의사가 없다. 스스로 공부에 적성이 맞으면 그 갈 길을 갈것이요, 아니면 또 다른 길을 가면 되는것이다. 사람들은 공부가 마치 성공이 보장된 가장 안정된 길이라 생각하는데, 그저 조금 편리할 뿐이지, 인생 성공 지수와 상관 관계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공부/직장 테크트리를 타본 내 경우를 보더라도, 인이 박힌 White Collar의 환상이 지워지기까지, 그냥 먼 길을 되려 빙 돌아온것 같은 아쉬움이 오히려 더 크다.

대학때 과외로 한 용돈 벌어봐서 이담에 녀석 SAT 준비 정도는 나도 도와줄수 있다. 그러나 영어 수학처럼 옆에 앉혀놓고 가르쳐 줄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더욱 많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대부분 그런 것들이라 여겨진다. 어른들이 소위 교육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것들이 지나치게 규칙과 증명만을 강요하고,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을 훼방하고 시야를 좁히는데 기여한다고 본다. 오늘날 학교에게 인성교육을 기대하는 것 역시 헛된 바램이다. 그저 건강한 사고방식의 선생님만 만난다면, 그걸로 다행이다. 연필과 공책을 사주기도 전에 키보드와 마우스부터 만지작거리는 우리 아이들은 안타깝다 못해 불행하다. 산타가 허구임을 점점 일찍 깨닫는 우리 아이들은 더 조숙해진 것인가, 더 똑똑해진 것인가?

내가 부모로써 짊어질, 아이에게 갚아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아직 물음표, 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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