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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s

생신 축하드립니다




내가 내 자신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때
나직히 불러본다 어머니
짓무른 외로움 돌아누우며
새벽에 불러본다 어머니
더운 피 서늘하게 거르시는 어머니
달빛보다 무심한 어머니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없을 때
북쪽 창문 열고 불러본다 어머니
동트는 아침마다 불러본다 어머니
아카시아 꽃잎 같은 어머니
이승의 마지막 깃발인 어머니
종말처럼 개벽처럼 손잡는 어머니

천지에 가득 달빛 흔들릴 때
황토 벌판 향해 불러본다 어머니
이 세계의 불행을 덮치시는 어머니
만고 만건곤 강물인 어머니
오 하느님을 낳으신 어머니


- 고정희 시인 (1948 ~ 1991)













소시적에는 생신 때마다 돈이 없어 원하기를 바라는 선물들 다 드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머리가 커버리니 정작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가늠치 못하고 차마 또 빈손이다. 나이 들수록 한없이 철부지로 돌아가는 세상 이치가 가슴 한켠에 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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