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flections

고해성사





참회의 시간이 돌아왔다.

매주 한권씩 52권의 책들을 읽겠다 얼토당토 부푼 꿈을 안고서는 기껏 열댓권 정도 힘겹게 읽었다. 시간이 없어서라는 뻔한 거짓말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한 해였다고 궁색하게나마 변명해 본다. 아침마다 30분씩 만이라도 꼭 운동을 하자 으쌰으쌰 정초에 끊었던 헬스 회원권은 얼마 못가 'LA Fitness'사에 매달 상납하는 생뚱맞은 기부금으로 전락한지 오래고, 그 댓가로 결국 12월 대부분의 날을 독감으로 앓아누워 보냈다.


이제는 변명하는 것도 귀찮다.

잘못했어요. 다음에는 잘할게요. 무슨 어린아이도 아니고, 매해 이게 무슨 짓이람. 차라리 앞으로는 신년 다짐이란걸 아예 하지를 말까부다. 스스로에게 미안해 하는 것도 이젠 슬슬 지겨워진다. 사람들이 모두 변한다는 구태의연한 말은 원하던 원치 않든 일어나는 인간의 정신적 쇠퇴 혹은 나이 들며 조금씩 유해지는 평안함 뿐이고, 결국 의지로 인한 변화는 말처럼 쉬운 일인 아닌 것이다. 그만큼 '안주하려는 습성'으로부터 인간 본연의 나태함을 탈피하고자 함은, 어떤 행동의 변화 그 이전에 인식의 쿠데타가 일어나야만 비로서 스스로 그 당위성이 부여되고 변화의 지속성이 용이해지는 것이다. 적절한 동기부여는 변화의 과정에 훌륭한 윤활유가 될 수 있는데, 거의 언제나 '채찍'이 '당근'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내가 A를 이행하여 얻을수 있는 백가지 혜택보다는, B를 안했다가는 무조건 당하는 한가지 불이익이 언제나 더 커 보이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비행기 추락사는 무서워서 기내에서 몇 시간씩 안전 수칙이란 수칙은 모조리 다 지키는 사람이, 매일 수백명씩 죽어가는 고속도로에서는 십분 거리를 참지 못하고 밸트를 매는 않는다. 단지 귀찮아서.



이렇듯 나는 이론적으로 모든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할말이 없다.











'Reflectio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日日是好日  (0) 2011.01.02
2010 Sunflower  (0) 2011.01.01
Tears from Heaven  (0) 2010.12.20
생신 축하드립니다  (0) 2010.12.13
오류  (0) 2010.12.12